[시론] 규제 족쇄 못 풀면 성장 멈춘다

입력 2026-03-01 17:35
수정 2026-03-02 00:10
최근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2025년 수출은 70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이던 전년보다 늘었다. 내수도 다소 회복되면서 성장세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에 대한 높은 기대와 반도체 같은 주요 업종의 실적 호조로 주식시장이 코스피지수 6000 시대를 맞이한 것 역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위기감도 여전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대미 통상 환경 변화 같은 요인으로 수출 불확실성이 높고, 중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우리를 따라잡거나 추월했다. 고환율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에 부담이 되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회복을 지연시킬 우려도 있다.

이런 당면 과제들을 극복하고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견인하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기업은 해외 기업과 동일 조건에서 경쟁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경쟁국에 비해 경직된 노동시장과 강성 노동조합, 높은 임금과 전기요금, 각종 규제는 우리 기업이 해외 경쟁사들과 동일한 출발선에 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먼저 경직적인 노동법과 제도가 기업을 제약하고 있다. 경쟁국들은 근로시간 제도가 우리보다 유연하고, 심지어 최근 일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선 ‘996 근무제’(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도입 움직임까지 있다. 우리는 업종·직무와 상관없이 주 52시간제 규제를 받아 신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65세 정년 연장 추진은 기업을 당혹스럽게 한다. 지난해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노사 갈등과 법적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 불안해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전기료 부담도 기업을 제약하고 있다. 빠르게 상승한 우리 임금은 일본, 대만보다 상당히 높다. 이에 더해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크게 올라 일부 산업에서 설비 가동률이 낮아지거나 생산을 축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경쟁국과 비교해 국내 생산·투자 여건이 약화하고 있다는 현장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재정 및 세제 지원은 경쟁국보다 부족하고 핵심 규제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경쟁국과 달리 우리는 이들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최근 어렵게 입법됐지만, 첨단 기술력 제고에 도움이 될 R&D 인력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제외됐다. 자율주행 같은 유망 분야 규제는 경쟁국보다 강해 시장이 충분하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나 소상공인, 소수 주주 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처럼 우리 기업이 수많은 핸디캡을 안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게 하는 요인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한계가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규제를 개선하고, 인프라 확충과 재정 지원에도 정부와 국회가 더 속도감 있게 나서야 한다. 근로시간 유연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 같은 노동시장 선진화도 필수적이다. 주력 제조업 경쟁력을 더 키우고 문화·콘텐츠, 의료 같은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더 과감한 지원대책이 요구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우리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과 동일한 출발선에 서서 ‘실력’으로만 승부할 수 있다면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국민 삶의 질 향상도 더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