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공습' 단기 대응 넘어 에너지·금융 질서 격변 대비해야

입력 2026-03-01 17:47
수정 2026-03-02 00:10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해외 주둔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집결시켰다지만 세계의 화약고에서 설마 전쟁을 감행하겠느냐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미국이 군사 옵션 실행을 주저하지 않은 대목은 힘에 의한 질서와 각자도생 시대의 본격화를 웅변한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이란의 핵 개발을 문제 삼았지만 국제 정치·경제학적 함의는 훨씬 크고 깊다.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간 이스라엘을 주적으로 삼고, 서구와 대립한 이란의 추락은 글로벌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전환이 이미 시작됐다는 조짐도 여러 경로로 감지된다. 이란은 ‘모든 역내 국가가 외부 침입에 책임 있게 맞서자’고 호소했지만 호응이 크지 않다. 이란과 중동 맹주 자리를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외려 미국의 이란 공격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 질서의 한가운데에 에너지 패권 전쟁이 자리한다. 석유 매장량 1위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면 중국의 에너지 안보는 결정적으로 위협받는다. 에너지 조달 비용 급증과 영향력 급감이 불가피하다. 한창 진행 중인 AI 혁명의 본질이 에너지 전쟁이라는 점에서 이란 공습은 달러 패권 유지전략의 성격도 분명하다. 이란은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일대일로 구상 실현을 위한 지정학적 요충지다.

한국은 대외 경제 변수 급변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했다. 공습 전 미·이란 간 전운 고조만으로도 배럴당 70달러(브렌트유 기준)대로 올라선 국제 유가는 전쟁 양상에 따라 100달러 돌파가 우려된다. 이란혁명수비대는 글로벌 해상 원유 물동량의 4분의 1가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실행되면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고 해상운임도 최대 80% 폭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전자산 선호가 가뜩이나 취약한 원화 가치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공습 직전 달러 강세 조짐에 원·달러 환율은 최근 이틀 새(지난달 26~27일) 20원가량 올랐다. 유가와 환율의 동반 급등이 현실이 되면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불안정은 일회성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다. 단기 변동성 대응을 넘어 새 질서 전환을 상정한 장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