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구글 지도로 길 찾기?”… 정부,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조건부 허가’

입력 2026-02-27 15:41
수정 2026-02-27 15:43
정부는 구글이 그동안 요구해온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했다.

27일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는 “심의 결과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반출 허가 결정을 의결했다”며 1대 5000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영상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등의 조건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안이 필수적인 군사기지나 각종 안보 시설의 위치, 이미지는 모자이크 처리로 지도에서 가려야 한다. 협의체는 영상 보안 처리와 관련해 구글 맵스·구글 어스 글로벌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에 관한 위성·항공 사진을 제공할 때 보안 처리가 완료된 영상을 사용해야 하는 조건을 추가했다. 구글 어스의 과거 시계열 영상과 스트리트뷰에 대해서도 군사·보안시설은 가림 처리해야 한다. 구글 맵스·구글 어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에 관한 좌표 표지를 제거하고 노출을 제한해야 한다.

민감한 정보를 제거하거나 수정하는지도 가공 작업은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국내 서버에서만 해야 한다. 간행 심사 등 정부의 검토와 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반출이 가능하다.

협의체는 “국내법률이 적용되는 국내 제휴기업의 국내 서버에서 민감한 정보를 처리한 후 정부 검토·확인을 거친 보안상 문제가 없는 제한된 정보만 반출하는 체계를 통해 사후관리 통제권이 확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대 5000 축척은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에 1cm로 줄여 표현한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라 1대 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구글을 비롯해 외국 빅테크 기업들은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요구해왔다. 그동안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해왔다. 구글의 경우 2007년부터 한국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요구했다. 이후 2016년, 2025년 두 차례 더 요청했다. 구글은 그동안 국내 서버를 이용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허가받지 못했다. 2025년 2월 구글이 반출 요청을 했으나 정부는 5월, 8월 11월 유보 결정을 하며 최종 결론을 미뤄왔다.

구글은 현재 정부의 보안 심사를 통과한 SK 티맵의 1대 5000 축척 지도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는 데이터 국외 반출이 없는 단순 전자지도 표시 서비스다. 도보·자동차 길 찾기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이 조건부로 허가되면서 관광객의 이동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내 플랫폼의 약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대한공간정보학회·한국측량학회·한국지리정보학회·측량및지형공간정보기술사회 등 6개 기관은 "이번 결정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 전반에 상당한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미 관세 협상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를 한국의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규정해왔다. 정부는 이번 조건부 허용을 통상 마찰 요인을 일부 해소하는 절충안으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배현의 인턴기자 baehyeonu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