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자인 줄 알고 먹었는데…"이럴 줄은" 난리 난 이유

입력 2026-03-02 10:20
수정 2026-03-02 12:01


<i>"일본산 아니었나요? 일본 건 줄 알았는데…"</i>
한 인플루언서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쿠팡에서 과자를 구매한 김모씨(36)는 과자 원산지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인플루언서가 일본 과자라고 소개해 그렇게 믿고 해당 과자를 샀는데 중국 광동성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는 "맛도 너무 좋은 데다 과자 봉지에 일본어가 적혀 있어서 당연히 일본산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게임 등 콘텐츠를 넘어 중국 음식도 한국인의 밥상에 스며들고 있다. 마라탕 열풍 속에 서울 곳곳에 차이나타운에 버금가는 중국 간판 음식점이 늘며 외식 산업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이제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중국 디저트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반중 정서가 강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말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외교와 문화 정서가 분리된 일종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 품질로 국내 소비자 입맛 사로잡은 중국산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1위 이커머스 쿠팡에서 '사탕'으로 검색되는 품목 중 랭킹 1위는 중국의 샤오커오라가 차지했다. 비타민C와 무설탕이 첨가됐다는 샤오커오라는 약 반년 전부터 인플루언서들이 하나둘씩 조명하더니 10대부터 다양한 연령대에서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다. 그간 2~5위권에 이름을 올리던 샤오커오라는 인기가 오르더니 1위를 기록하는 날도 생기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유튜브에서 해당 상품을 취급한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중 수백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들 중 상당수는 '베트남 캔디'라고 알리고 있다. 일부는 베트남 국기까지 첨부했다. 베트남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베트남 여행 필수 아이템'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해당 제품은 중국 광둥성 차오저우시가 원산지다.

앞서 소개된 사례들처럼 인플루언서들이 중국산을 다른 아시아권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게 표기해 선전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수십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일부 인플루언서는 '유료 광고 포함'이라는 표시도 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전달해 현행법상 부당 표시·광고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광고의 부적절성과 별개로 대다수 구매자는 만족감을 표출하고 있다. 샤오커오라는 쿠팡에서만 구매 댓글이 8000개에 가까워지고 있다. 극소수의 소비자들은 중국산임을 알고 실망감을 드러내고, 대다수는 개의치 않고 "맛있고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21년 '알몸 배추 절임' 논란과 2023년 '칭따오 소변 맥주' 논란으로 중국산 식음료가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커졌으나, 최근에는 중국산이 품질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양새다. ◇ 이젠 대형 프랜차이즈 韓 진출 多그간 중국 음식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온 것은 마라탕과 훠거, 양꼬치 등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가온(세화여고)이 귀국하면서 "마라탕이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이 1020세대의 취향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다만 과거 중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대학가 앞에 우후죽순 생기던 비공식적인 차이나타운과는 사뭇 달라진 인상도 있다. 취재진이 지난달 26일 찾은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앞과 동대문구 경희대 앞 골목은 이전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게 상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희대 앞 골목에서는 대중적인 중식 메뉴뿐 아니라 진입장벽이 높은 두리안을 파는 곳도 포착됐다.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중국인 멤버 장하오씨가 두리안 마니아로 소개되는 등 중국 음식에 대한 노출 증가 등이 이유로 파악된다.



하지만 고려대와 혜화역 일대는 과거보다 중국 간판이 줄었다. 오랜 기간 한국 대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온 중국 학생에 대한 편중은 점차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4년 통계 기준으로 유학생 중 중국 학생이 80% 이상인 대학은 10년 만에 43.0%에서 10.5%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개인 중국 외식업 점포들이 양적 팽창기를 지나 조정 국면에 들어선 와중에, 하이디라오·용가훠궈·반티엔야오 카오위 등 중국 현지 유명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해를 거듭할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마라탕은 이미 배달 앱 상위권에 상주하는 일반적인 메뉴로 안착했고, 현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국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집결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국 진출 종류도 다변화
중국 외식업의 품질 인식을 바꾸면서 중국 프랜차이즈가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안착한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디라오다. 하이디라오는 네일아트 서비스, 면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의 소스 조합 공유 등 경험 마케팅을 앞세워 이영지, 페이커 등 유명인들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하이디라오를 애용한다는 김모씨(27)는 "볼거리가 많고 경험할 요소가 다양해 과거 패밀리 레스토랑이 주던 즐거움을 이제는 하이디라오에서 찾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이디라오코리아의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3%, 29% 급증했다. 지난달 오후 5시30분경 하이디라오 건대지점에 대기를 등록하자 점원이 "지금 접수해도 4시간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실제 입장 안내 메시지가 핸드폰에 울린 시간은 밤 10시였다.

음료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는 등 품목 다변화 흐름도 감지된다. 차백도·헤이티·미쉐빙청 등 중화권 인기 브랜드들이 한국 핵심 상권에 잇따라 매장을 연 가운데, '패왕차희'가 올 상반기 내 강남역 대로변에 1호점 오픈을 앞두면서 관련 채용까지 마친 상태다. 최근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씨가 라이브 방송 중 이 브랜드의 밀크티를 마시는 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중국 업체의 한국 진출에 불쾌감을 드러낸 이도 있지만 "실제 먹어봤는데 다른 밀크티가 밍밍하게 느껴질 정도로 맛이 압도적이라 논란이 필요 없다" 등 경험자들의 기대감이 SNS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다. ◇ 일종의 디커플링 현상
젊은 세대의 중국 식음료 문화를 향한 환대는 다소 의외라는 시선이 나온다. 중장년층과 비교해 젊은 층의 반중 정서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의 '2025 반중 정서 리포트'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감정 온도(0~100도)는 20대 25.2도, 30대 20.8도로 60대(35.2도), 70대(33도) 등과 확연히 다른 온도 차를 보였다. 올해 서울대 등이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서도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18~29세 9%, 30대 9.4%로 전 연령대 중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이국적인 음식을 시도하는 행위를 해외여행과 같은 '경험적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프랜차이즈의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이 국내 브랜드 못지않게 고도화된 데다, 한국인은 오랜 기간 중식에 익숙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어 이를 정치적 정서와 연계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개인의 취향과 정치·외교적 갈등이 별개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이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보/박상경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