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AI 기업입니다"…바르셀로나 간 이통3사 '변신 선언'

입력 2026-03-02 06:00

세계 최대 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이 2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다. 올해 MWC에 선보이는 한국 이동통신 3사의 공통 키워드는 '인공지능(AI)'으로 요약된다. SK텔레콤은 AI 인프라·모델·서비스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KT는 기업 업무를 통째로 자동화하는 '에이전틱 AI', LG유플러스는 음성 통화를 혁신하는 '사람중심 AI'로 각각 승부수를 던진다.SK텔레콤, '풀스택 AI'로 글로벌 통신사 설득 SK텔레콤은 3홀 중앙에 약 300평 규모 전시관을 마련하고 AI 인프라·모델·서비스 전 영역을 꽉 채운다. '풀스택 AI'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 유치, 고성능 GPU 클러스터 '해인(Haein)' 구축 등으로 쌓은 AI 인프라 노하우가 이번 전시의 핵심 콘텐츠다.

국내 최초 519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초거대 AI 모델 'A.X K1'이 현장 시연에 나선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2단계 프로젝트에 진출한 이 모델을 글로벌 통신사와 AI 기업들 앞에서 직접 선보이는 것이다. 네트워크 영역에서는 AI 기지국(AI-RAN), 온디바이스 AI 기반 안테나 최적화, 전파 신호로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하는 '통신·감지 통합' 기술 등 6G로 이어지는 로드맵도 공개된다.

피지컬 AI 관련 기술도 눈길을 끈다. 현실 세계를 정밀 복제해 AI의 판단을 돕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가상 환경에서 로봇이 감각을 학습하도록 돕는 '로봇 트레이닝 플랫폼', 일인칭 시점 영상을 고성능으로 분석하는 '시냅스고(SynapsEgo)' 등이다. SK텔레콤이 단순 통신사가 아닌 'AI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단 평가다.KT, 'AI가 업무를 끝내는' 에이전틱 시대 선언
KT는 주 전시장 4관에 '광화문광장'을 테마로 한 전시관을 구성했다. 한국의 기술력과 K-컬처를 함께 담겠다는 전략으로, AI 기술과 전통 문화를 결합한 콘셉트가 글로벌 관람객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팝 아이돌 '코르티스'와 함께하는 AR 댄스 프로그램,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복을 가상 착용해보는 'AI 한복 체험'도 운영한다.

KT가 이번 MWC의 기술 전시 전면에 내세우는 건 '에이전틱 AICC'다. 기존 콜센터 챗봇이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응답하던 방식과 달리 AI가 고객 발화의 의도와 맥락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상담부터 실제 업무 처리까지 완결적으로 수행한다. 핵심 기술은 '에이전트 커넥터'로, 기존 AICC 플랫폼에 여러 AI 에이전트를 플러그인 방식으로 간편하게 추가할 수 있다. KT는 이를 도입한 결과 플랫폼 구축 기간이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자체 AI 모델 '믿:음 K 2.5 Pro'도 이번 MWC에서 글로벌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32B 규모로 수백 페이지 장문 분석이 가능하고, 에이전틱 AI 성능 지표 '타우 스퀘어 벤치'에서 87%를 기록해 글로벌 유수 모델과 동등한 수준임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KT는 국내 최초로 AI 신뢰성 인증을 획득하며 안전성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공동으로 'AI-Native 네트워크' 백서도 발간한다. AI가 보조 수단이 아닌 핵심 기능으로 네트워크를 판단·최적화하는 차세대 통신 비전이다.LG유플러스, CEO 기조연설…"음성이 AI의 다음 전쟁터" LG유플러스는 홍범식 CEO가 MWC 개막 기조연설자로 직접 나선다. LG그룹 경영자가 MWC 공식 기조연설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AT&T·퀄컴·노키아 CEO 등 글로벌 수장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

홍 CEO의 연설 주제는 '사람중심 AI(Humanizing Every Connection)'.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 콜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전면에 내세운다. 익시오는 통화 녹음·요약을 기본으로 보이스피싱·AI 변조 음성 탐지까지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다. 홍 CEO는 이번 연설에서 음성(Voice) 통화가 AI의 다음 격전지임을 선언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가 MWC에서 선보이는 것은 익시오의 '미래 버전'인 '익시오 프로(ixi-O Pro)'다. 사용자가 호출하지 않아도 AI가 먼저 일정을 정리하고, 통화 중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넘어 집·오피스·차량·로봇으로까지 연결되는 보이스 기반 슈퍼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청사진도 공개된다. KB국민은행과 손잡고 통신 단계에서 보이스피싱 의심 징후를 포착하면 금융 거래 이전에 차단하는 협업 체계도 발표한다.'안전한 AI' 경쟁도 후끈…'레드팀' 챌린지 참가 기술 경쟁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신뢰성 경쟁'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GSMA가 MWC26 기간 중 주관하는 '글로벌 AI 레드팀 챌린지'에 참여한다. 이 챌린지는 100여명의 평가단이 프롬프트 설계만으로 AI 모델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I가 차별적 응답을 생성하거나 불법 정보를 제공하는지, 안전장치를 우회할 수 있는지 등 7개 영역을 점검한다.

SK텔레콤은 'A.X K1'으로, LG유플러스는 통신 특화 AI 모델 '익시젠(ixi-GEN)'으로 각각 참여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다. AI 성능을 뽐내는 동시에 글로벌 무대에서 안전성을 검증받겠다는 전략이다.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믿을 수 있는 AI'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LG유플러스가 MWC26에서 내세우는 보안 기술도 주목된다. AI 기반 이상감지 통합계정관리 솔루션 '알파키', 암호화 상태 그대로 연산이 가능한 '동형암호', 양자 컴퓨터도 풀기 어려운 '양자내성암호(PQC)' 광전송장비, 네트워크와 보안을 하나로 결합한 'U+SASE' 등 4종이다. AI 시대가 고도화된 사이버 위협을 함께 불러온다는 인식 아래 보안 포트폴리오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스타트업 동반자' 경쟁도 MWC로 확장이통 3사는 이번 MWC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에도 공을 들인다. 4YFN(4 Years From Now) 스타트업 전용 전시 공간에서 경쟁하듯 깃발을 꽂는다.

SK텔레콤은 AI·ESG 분야 스타트업 15개사와 함께 단독 전시관을 운영하고, 3월 4일에는 유럽 주요 벤처캐피탈(VC) 대상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연다. 2019년부터 이어온 이 행사가 올해로 6회째다.

KT 역시 12개 중소벤처기업을 이끌고 4YFN에 참가하며, GSMA 공식 스폰서 세션인 'Start-up Pitching Sessions'를 통한 IR 발표 지원도 준비했다. LG유플러스는 AI 스타트업 10개사를 지원하는데, 이 중 LG유플러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쉬프트(Shift)' 협업 기업 3곳이 '4YFN 어워즈 TOP 20'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려 주목된다.'AI 기업' 변신 선언이번 MWC26에서 이통 3사가 공통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 통신사를 넘어선 AI 기업으로의 변화'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AI 밸류체인 전체를 직접 쥐겠다는 수직 통합형, KT는 기업 고객의 업무 혁신을 주도하는 엔터프라이즈 특화형, LG유플러스는 음성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인터페이스로 설득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MWC26은 통신사가 '망' 경쟁을 넘어 AI 에이전트 중심의 서비스·플랫폼 경쟁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신호"라며 "결국 승부는 기술 시연이 아니라 상용 서비스로 얼마나 빨리 확장하고, 안전성과 신뢰를 어떻게 담보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