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던 공유 전동킥보드가 애물단지가 됐다. 요즘 전동킥보드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로 불린다. 시골 도로에 뛰어드는 고라니처럼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 안전사고를 일으킨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PM)의 도로 주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인천시 등 ‘킥보드 없는 거리’를 지정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고 예방을 위해 전동킥보드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프랑스 파리 등 전동킥보드를 규제하는 도시가 늘어난 것도 킥라니 논란이 뜨거워진 배경으로 꼽힌다.[찬성] '서민의 발' 역할하는 효용 큰 교통수단…안전 규정만 강화해도 충분공유 전동킥보드는 201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이듬해 한국에 상륙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을 손쉽게 오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빠르게 확산했다. 이동의 빈틈을 메꾸는 데 최적화된 교통수단이란 뜻에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로도 불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 보급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500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PM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모빌리티(PM) 이동 건수는 1억9000만 회에 이른다. 협회 소속 기업 플랫폼에 등록한 가입자도 1460만 명에 달한다. 국민 4명 중 한 명이 전동킥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선 전동킥보드를 대체할 만한 교통수단이 마땅찮다는 게 이용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효용이 상당하다. 내연기관이 들어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전동킥보드를 퇴출하자는 주장을 펴는 이들은 PM이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PM 사고 치사율은 2024년 기준 0.78%로, 오토바이(1.65%)는 물론 자전거(1.27%)보다 낮다. 전동킥보드 사고 위험성이 과장됐음을 알 수 있는 통계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헬멧을 쓰지 않거나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고, 음주 운전, 2인 이상 탑승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단속과 계도, 제도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 교통수단이지만, 도로 주행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효용이 큰 서민의 교통수단을 아예 퇴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반대] 도시 미관 해치고 보행자 사고 위험…프랑스 등 선진국도 퇴출로 가닥공유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PM은 ‘도로의 무법자’로 불린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중학생 2명이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30대 여성을 치어 중태에 빠뜨렸다. 2022년엔 서울 강남구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남성 2명이 차량과 충돌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동킥보드는 사고 대비가 힘든 교통수단이다. 인도와 도로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데다 속도도 만만찮다. 차량과 보행자가 전동킥보드의 출현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큰 위협이 된다. 위험한 것은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빠른 속도에 따른 충격을 헬멧만으로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곳곳에 제멋대로 주차된 전동킥보드로 인한 문제도 상당하다.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멜버른 등 세계 주요 도시가 공유 전동킥보드를 전면 퇴출한 것도 잇따른 사고와 시민 불편을 감안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운전자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년 PM과 관련한 사고는 2000건 안팎이 발생하는데, 면허가 없는 10~20대가 사고를 일으키는 사례가 절반에 육박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이 면허 소지 의무를 규정하지만, 앱에 면허 번호만 입력하면 누구나 전동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다. 타인 면허 도용이나 미성년자 이용이 빈번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경찰이 단속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어렵다. 워낙 대수가 많은 데다, 골목골목을 빠르게 이동해 일일이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킥보드 없는 거리’를 조성한 인천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90%가 아예 전동킥보드 자체를 없애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 피로감이 극심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동킥보드 같은 PM은 제한된 구역에서만 허용하는 게 정석이다. 적어도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에서는 운행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기 - 전동킥보드 법령 정비, 처벌 강화 시급
공유 전동킥보드가 유용한 교통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애매한 지역을 합리적 가격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버스나 지하철이 끊긴 심야 시간에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PM을 지금처럼 느슨하게 관리하는 것은 곤란하다.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가 헬멧도 쓰지 않고 도로를 누비는 일이 일상이 됐다. 언제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전동킥보드 플랫폼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손볼 필요가 있다. 면허나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몰거나, 음주 운전하다가 적발됐을 때의 처벌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전용 면허 제도를 마련하고, 일정 기간 안전교육을 받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동킥보드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아예 도로에서 치워버리자는 것은 과한 주장으로 보인다. 제도 개선과 교육 강화를 추진한 후 결과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