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상 장기화 불가피…분쟁도 늘어날 듯

입력 2026-02-27 17:49
수정 2026-02-28 01:06
다음달 10일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대기업을 상대로 노사 협상을 요구하는 하청 노조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상대해야 할 노조가 많이 늘어나는 데다 예전에 없던 복잡한 협상 절차가 많아 노사 협상 과정에 상당한 혼선이 우려된다.

고용노동부가 27일 공개한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에 따르면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이 사실을 7일간 공고해야 한다. 공고는 전산망, 작업장, 휴게실, 출입구, 식당 등 전체 하청 노동자가 인지할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해야 한다. 공고 기간 다른 하청 노조가 교섭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다.

원청과 교섭할 노조가 정해지면 14일 안에 원청과 협상할 ‘대표 노조’를 선정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도 원청과 별도 교섭을 원하는 노조는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수 있다. 경제계는 별도 협상을 요구할 노조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령이 교섭 단위 분리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어서다. 하청 노조는 직무별, 상급 단체별(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교섭 단위를 쪼갤 수 있다.

노사 협상 대상자가 많아지고 절차도 복잡해지면서 당분간 노사 갈등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원청과의 교섭 가능 여부, 교섭 단위 분리 허용 등 교섭 절차와 관련해 원청과 하청 노조 간 의견 다툼이 많아질 경우 노사 협상 기간이 길어지고 협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노사 양측이 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원청이 하청 노조와 일단 교섭에 들어가면 원청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것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원청이 일단 하청 노조들과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부당노동행위 처벌 가능성을 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원청과 별도 협상을 요구하는 하청 노조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교섭 개시 문턱은 낮아지고 기업들의 교섭 리스크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