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19년 숙원 해소…비관세협상 지렛대로

입력 2026-02-27 17:50
수정 2026-02-28 01:02

정부가 구글에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 조치는 미국의 관세 압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협상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이전 문제는 2007년 구글이 한국 정부에 요청하면서 양국의 통상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이를 한국의 디지털 무역장벽 사례로 지적해왔다. 2019년 구글이 한국 정부에 다시 요청하면서 통상 현안으로 재부상했고, 지난해 말 한·미 통상 협의에서 공식 의제로 다뤄졌다. 이번 조건부 허용 결정이 나오기까지 약 20년이 걸린 셈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장기간 제기해온 사안을 매듭지은 만큼 향후 비관세 협의에서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관세 의제 가운데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이전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나 농산물 시장 개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사안으로 평가됐다. 일정한 조건을 달면 우리 정부가 통제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영상 보안 처리, 특정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등을 전제로 군사·전략 시설 관련 정보는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한 것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미국이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 품목 관세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돼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격적인 조사나 통상 분쟁으로 확대되기 전에 관리할 수 있는 사안부터 정리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향후 미국이 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한국이 일부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은 협상에서 방어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다수 비관세 의제를 요구하고 있어 개별 사안을 순차적으로 풀기보다는 관세·투자·비관세를 묶은 패키지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다른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이 없다면 미국의 압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관세·투자·비관세를 포괄해 한 번에 조율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