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소년원 두 번, 대전소년원 한 번, 보호관찰 4년째, 재판 일곱 번 가봤는데 궁금한 거 물어봐. X웃긴 일 많았음.”
고등학생 A양(18)은 최근 SNS에 자신이 길거리에서 춤추는 영상을 게시하며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법원 소년부로부터 보호처분 10호를 받은 남학생 B군(14)도 법원 청사 안에서 춤추는 영상과 함께 ‘건방 떨어도 되잖아’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소년원에 수용되는 청소년이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한 가운데 비행 청소년이 공권력을 희화화하거나 보호처분 경험을 과시하는 풍조가 확산하고 있다. 체포 당시 모습이나 범행 장면, 소년원 생활과 재판 과정 등을 스스럼없이 올리는 식이다. 청소년 범죄가 과시용으로 소비되는 현실 앞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 소년보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소년원 간 청소년 8000명 넘어2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위탁소년의 신규 수용(신수용) 인원은 8021명으로 전년(7568명)에 비해 6% 증가했다. 신수용 인원은 2021년 5237명, 2022년 5689명, 2023년 6757명 등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 신수용 인원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호소년은 소년부 판사의 심리 결과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돼 소년원에 송치된 경우를 말한다. 위탁소년은 사건 조사와 심리를 위해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사례다. 소년원은 교도소, 소년분류심사원은 구치소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가장 무거운 처분인 보호처분 10호를 받으면 최장 2년간 소년원에 송치된다.
문제는 보호처분 경험이 또래 집단 내에서 ‘훈장’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경찰에 체포돼 수갑을 찬 모습을 자랑하거나 보호처분 수위를 낮게 받는 방법, 특정 법원 판사의 성향, 소년원 생활 요령 등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적지 않다. 강원 원주의 한 중학교 교사 최모씨(35)는 “SNS에 올라온 영상을 캡처해 단체 채팅방에서 돌려보기도 한다”며 “처벌 경험이 무용담처럼 소비되면서 일부 학생이 호기심을 갖거나 모방하려는 심리를 보일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처벌 수위 높이고 부모 책임 물어야”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촉법소년의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 미성년자(10~13세) 범행 건수는 2021년 1만1677건에서 지난해 2만1095건으로 약 80% 늘어났다. 대전경찰청은 지난 11일 금은방과 편의점 등을 상대로 지속적인 절도 행각을 벌인 촉법소년 3명을 붙잡았다. 21일 발생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산불 용의자 역시 촉법소년인 10대 중학생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성년자 범죄가 늘면서 제도 개선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두 달 내로 결론을 내자고 제안했다. 성평등가족부는 같은 날 원민경 장관 주재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관련한 긴급 내부회의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반성과 사회 복귀를 전제로 설계된 소년보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호처분 경험이 콘텐츠나 경력처럼 소비될 만큼 교정 기능 자체가 헛돌고 있다는 얘기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행의 죄질이 일반 성인 범죄와 다르지 않다면 만 13세 미만이라도 예외 없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강력 범죄나 상습 범행은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피해자 보상과 부모의 감독 책임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