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다? [더 머니이스트-아하! 부동산 법률]

입력 2026-03-05 06:30

상가 임대차에서 권리금 문제는 언제나 뜨겁습니다.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면, 임대인은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의4가 그 근거입니다. 이 조항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규정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정당한 사유의 범위와 요건을 정확히 아는 임대인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권리금 분쟁을 다수 수행한 부동산 전문변호사의 경험에 비춰 임대인이 "재건축할 건물이니 권리금을 줄 수 없다"거나 "건물이 오래됐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막연히 주장하다가 패소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정당한 사유는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야만 인정됩니다. 임대인이 알아야 할 정당한 사유의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상임법 제10조의4 제2항은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4가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중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제3호의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 사용' 조항입니다. 또한 같은 조 제1항 단서가 준용하는 제10조 제1항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 특히 재건축과 안전 문제도 권리금 분쟁에서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재건축을 이유로 한 거절입니다. 상임법 제10조 제1항 제7호는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계약갱신 거절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 예외 사유로도 작용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고지 시점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임대인이 제1항 제7호의 사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려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그 사유를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이미 재건축 계획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렸어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나중에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거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임대인으로서는 임대차계약서에 재건축 또는 철거 예정 사실을 특약으로 명시해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두번째는 구체적 계획의 입증입니다. 단순히 "재건축하겠다"는 의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판례는 임대인이 재건축의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의지를 입증할 것을 요구합니다. 건축허가를 받았거나, 최소한 건축심의를 통과했거나,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객관적으로 재건축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재건축을 이유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놓고 실제로는 수년간 재건축하지 않은 채 상가를 비워뒀다면, 법원은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사후적으로 건물을 비워둔 사정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재건축을 사유로 권리금 보호의무를 면하려면 계약 체결 시의 사전 고지와 거절 시점의 구체적 계획,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다음은 건물의 안전 문제입니다. 같은 조 제7호의 후단은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도 거절 사유로 규정합니다. 이 역시 임대인의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건축물 안전진단 결과 D등급(미흡) 또는 E등급(불량)에 해당하는 위험 판정을 받았다면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이 오래돼서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임대인이 안전 문제를 근거로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의무를 면하려고 한다면, 공인된 기관의 안전진단 보고서를 확보해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논란이 많은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 사용' 조항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상임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는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정당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권리금이란 해당 상가에서의 영업을 통해 형성된 상권의 대가인데, 상가가 영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면 보호할 권리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이 조항은 실무상 두 가지 쟁점을 안고 있습니다. 첫째, 비영리 사용의 주체가 임대인인지 임차인인지가 문언상 명확하지 않아 하급심에서 해석이 갈려왔습니다. 둘째, 임대인이 이 조항을 악용해 다른 이유로 계약 체결을 거절한 뒤, 사후적으로 1년 6개월간 상가를 비워뒀다는 사정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거절 시점에 해당 사유를 명확히 밝혀야 하며, 사후적 비사용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임대인이 처음부터 비영리 목적 사용을 이유로 거절 의사를 통지하고, 실제로 그 약속을 이행해야만 면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상임법 제10조의4 제2항은 신규 임차인의 자력이 부족한 경우(제1호),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경우(제2호),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제4호)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유들은 어디까지나 법이 정한 네 가지로 한정되어 있고, 법원은 임대인의 정당한 사유를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권리금 분쟁은 감정보다 증거가 승부를 가릅니다. 임대인도, 임차인도, 법이 정한 원칙을 미리 숙지하고 증거를 갖추는 것이 최선의 대비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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