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2월 한 달간 30% 넘게 급등했다.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 79.3% 중 일부를 팔아 주주환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로 ‘숨어 있는 상법 개정 수혜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LG화학은 7.05% 오른 4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34.46%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2월 한 달 동안 LG화학 주식을 425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5조427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LG화학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거 정리하는 와중에 세 번째로 많이 산 종목으로 꼽혔다.
외국인의 LG화학 주식 매집의 계기는 영국의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에 보낸 주주제안으로 보인다. 팰리서가 주주제안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지난 10일 이후 11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하루(13일)를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에 LG화학 주식을 사들였다.
LG화학의 지분 1% 이상을 장기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팰리서는 LG화학 이사회에 지배구조, 투명성, 자본배분과 관련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특히 LG화학이 순자산가치(NAV) 대비 74% 할인된 주가로 거래되고 있다며 경영진의 보상을 주가와 연계시키고,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분율을 7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에 대해 팰리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팰리서의 주장대로 LG화학이 당초 내놓은 계획보다 더 적극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매각해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석이 나왔다. 작년부터 주주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의 상법 개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회는 지난 25일 열린 본회의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번 정부 들어선 뒤 두 번째다. 앞서 여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을 작년 7월에,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독립이사제를 명문화한 2차 개정안을 작년 9월에 각각 통과시킨 바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일반주주의 지분가치 강화를 법제화하는 환경 아래에서 팰리서의 주주제안과 같은 시장의 목소리는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70% 미만으로 낮추는 데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LS증권은 LG화학에 대한 투자의견은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목표주가를 27만원에서 48만7000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정 연구원은 “LG화학의 수익 추정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현재 기업가치에서 수익가치를 대폭 웃도는 자산가치에 대한 할인율 감소 요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상법 개정 수혜주로는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과 지주사가 주로 거론됐다. LG화학은 시가총액이 큰 종목의 지배주주라는 점에서 지주사와 비슷했지만, 상법 개정 수혜주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해왔다.
최근 LG화학 주가가 강하게 오르자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서 한 투자자는 LG화학에 대해 “상법 개정 최대 수혜주”라며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기에 가장 큰 수혜라고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종가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99조9180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지분을 시장가치로만 따지면 79조1349억원으로, LG화학의 시가총액(29조4723억원)의 약 2.7배에 달한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