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교류한 사실이 드러나 도마에 오른 뵈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총재가 자진 사퇴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렌데 총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심사숙고 끝에 WEF의 총재 겸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8년 반 동안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매우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외무장관 출신으로 2017년부터 WEF를 이끌어 온 브렌데 총재는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건에 총 60여 차례 등장해 WEF의 자체 조사를 받아왔다.
이 문건에는 엡스타인과 비즈니스 만찬에 세 차례 참석한 그가 이후 엡스타인과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담겼다.
이와 관련 브렌데 총재는 "2018년 미국 뉴욕 방문 때 전직 노르웨이 외교관 테리에 뢰드라르센에게 엡스타인이 참석하는 만찬에 초대받았고, 이듬해 다른 외교관·기업인들과 비슷한 저녁 자리에 두 차례 더 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엡스타인을 '미국인 투자자'로 소개받았다"면서 "엡스타인의 과거 범죄를 알았다면 모든 초대와 연락을 거절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WEF 공동 의장 안드레 호프만, 래리 핑크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브렌데 총재와 엡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외부 법률 자문의 독립 조사가 완료됐으며 종전 공개된 내용 외에 추가적인 우려 사항은 없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각계각층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엡스타인 관련 수사자료가 공개되자 미국 정치권을 넘어 노르웨이,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정치권과 유럽 왕실까지 속속 불똥이 튀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프랑스 문화계의 아이콘이었던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도 엡스타인과 각별한 인연이 드러나며 2013년부터 맡아오던 파리 소재 '아랍세계연구소(IMA)' 총재직에서 사임했다.
노르웨이에서는 브렌데 총재 외에도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총리, 메테마리트 왕세자빈 등 거물급 인사가 엡스타인과 관계가 드러나면서 수사선상에 올랐다.
엡스타인에게 불륜 상담을 한 사실이 확인된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교수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토머스 프리츠커 하얏트 호텔즈 코퍼레이션 집행역 회장도 엡스타인과 친분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 최근 사퇴했고, 엡스타인 스캔들에 연루돼 영국 왕자 칭호와 훈장 등이 박탈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는 영국 왕위 계승 순위에서도 제외될 처지다.
또 엡스타인과 친분을 맺었다는 의혹에 휘말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과거 외도 사실을 시인했지만, 앱스타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