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폼업자가 명품 가방 소유자의 의뢰를 받아 가방을 변형·가공한 뒤 소유자에게 되돌려준 행위는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쟁점에 대한 최고법원의 첫 판단으로, 국내외 명품 브랜드와 리폼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6일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객의 루이비통 가방을 다른 형태의 가방·지갑으로 만들어줬다. 건당 10만~70만원을 받았고 매출 합계는 약 2380만원이었다. 루이비통 측은 리폼 과정에서 자사 등록상표가 계속 제품에 표시됐다며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급심은 “제3자가 루이비통의 다른 제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루이비통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A씨에게 손해배상금 150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리폼 제품이 상거래에 제공돼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되는 한, 리폼 제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두 가지 예외를 제시했다. 첫째, 형식상 소유자 개인 의뢰처럼 보여도 리폼업자가 실질적으로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며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거래시장에 유통시켰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이때 리폼 요청 경위와 내용, 리폼업자가 받은 대가의 성격, 사용된 재료의 출처 및 비중,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둘째, 소유자가 상거래 유통을 목적으로 리폼을 의뢰한다는 사실을 리폼업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리폼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상표권 침해에 따른 공동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리폼 행위의 상표권 침해 여부를 처음으로 정리했을 뿐 아니라 예외적 침해 성립의 구체적 판단 기준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의가 크다고 평가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도 이번 판결을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