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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세일즈포스 주가가 25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5%가량 떨어졌다. 공격적인 주주 환원 전략을 내놓고 인공지능(AI)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지만 ‘사스포칼립스’(SaaS의 종말)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 ◇“사스포칼립스, 사스콰치에 먹혀”
세일즈포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2026회계연도(2025년 11월~2026년 1월)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12억달러(약 16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81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3.04달러를 웃돌았다. 다만 4분기 매출에는 지난해 말 완료한 8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 관리 기업 인포마티카 인수 효과가 포함됐다. 인포마티카는 지난 분기 매출에 3억9900만달러를 기여했다. 2027회계연도 매출 가이던스는 458억~462억달러로 전망했다. 가이던스 중간값이 월가 전망치인 461억달러에 못 미쳐 최근 이어진 주가 하락세를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올해에만 24% 하락한 세일즈포스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4% 더 떨어졌다.
고객관계관리(CRM) 전문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최근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체한다는 ‘SaaS 위기론’의 한복판에 서 있는 주요 업체 중 하나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사스포칼립스라는 단어를 여섯 번이나 언급했다. 그는 “우리에게 사스포칼립스는 처음이 아니며 과거에도 몇 번 겪은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패트릭 스토크스 세일즈포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에이전트가 질문하면 시를 써줄 수도 있지만, 기업 환경에서는 그다지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해진 규칙대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기업 환경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에이전트 작업 지표도 만들어세일즈포스는 AI에이전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적 자료에 ‘에이전트 작업 단위(AWU)’라는 지표를 넣었다. 이는 AI 처리 단위인 토큰을 단순 계산하는 대신 실제 작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게 세일즈포스의 설명이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분기 토큰 19조 개를 사용해 24억 개의 AWU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의 AI에이전트 ‘에이전트포스’가 실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지난 분기 에이전트포스 매출은 8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에이전트포스 매출 비중이 크지 않고, 구글과 앤스로픽 등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에 지급하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비용 때문에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와 함께 세일즈포스는 SaaS 위기론의 진앙으로 꼽히는 앤스로픽에 투자해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분기 앤스로픽에 전략적 투자를 해 8억1100만달러를 창출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베니오프 CEO는 “이번 투자 라운드에 1억달러를 추가 투입했다”며 “현재까지 총 3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더 투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일즈포스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금을 주당 0.44달러로 6% 인상하고 500억달러(약 71조29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베니오프 CEO는 “현재 주가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자사주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