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모와 달리 털털한 말투와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 주얼리는 빛나는 귀걸이 하나뿐이다. 다른 장식은 없다. 의도적으로 비워둔 듯한 선택. 어떤 인물인지 설명되기도 전, 색채와 주얼리가 그의 온도를 설정한다.
최근 화제몰이 중인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되나요?’ 속 차무희(고윤정 분)는 말보다 이미지로 먼저 읽힌다. 화면 속의 톱스타는 언제나 눈부시지만, 차무희는 조금 다르다. 그의 주얼리는 레드카펫을 위한 과장된 세트가 아니라 현실의 보석함 안에 있는 피스들이 주를 이룬다. 과거 극 중 여배우와 럭셔리 하우스의 협업은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하이 주얼리가 중심이었다. 반면 이 작품은 인물을 빛내는 섬세함은 유지하되, 요란한 과시 대신 실용을 택했다. 쇼메(Chaumet)의 조세핀·주 드 리앙·비 마이 러브 컬렉션, 다미아니(Damiani)의 미모사·마르게리타 컬렉션, 샤넬(Chanel)의 코코 크러쉬·루반 컬렉션, 프레드(Fred)의 포스텐 컬렉션 등 각 브랜드의 DNA를 보여주는 시그니처 라인 중에서도 작고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이어링은 과장된 드롭 대신 얼굴선을 따라 정제된 실루엣으로 마무리되고, 목걸이는 의상 위를 장악하기보다 쇄골 선에 자연스럽게 얹힌다. 브랜드는 배우의 후광을 빌리고, 배우는 브랜드의 완성도를 대변한다. 화면 속에서 강조되는 것은 로고가 아니라 일상에 스며든 조용한 주얼리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럭셔리의 방식이다.
작품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하나의 얼굴 안에서 전혀 다른 결을 지닌 두 인물이 교차한다는 것이다. ‘도라미’는 배우 차무희의 대표작에서 탄생한 좀비 캐릭터이자 그의 내면에 잠재된 또 다른 자아다. 차무희가 배우로서 공적인 자리에서 완벽하게 조율된 톱스타라면, 도라미는 본능적이고 솔직하며 날것에 가까운 에너지를 지닌 자유로운 영혼이다. 주얼리는 이 극명한 전환에서 분명한 역할을 한다.
차무희가 도라미가 되는 순간 주얼리는 아예 사라지거나 반대로 과감해진다. 귓불을 벗어나 턱선까지 내려오는 롱 드롭 혹은 움직일 때마다 크게 흔들리며 얼굴선 주변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형태다. 특히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8화에 등장한 진주 목걸이는 전통적인 우아함과는 결이 다르다. 단정하게 목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목을 감은 뒤 길게 늘어뜨린 자유로운 연출이다. 도라미의 직선적인 에너지, 샤넬 트위드, 긴 진주 목걸이라는 세 박자가 만나 극강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의상과 메이크업이 변하는 순간보다 먼저 귀걸이의 길이와 존재감이 분위기를 장악한다. 그 차이에서 우리는 캐릭터의 변화를 읽는다. 주얼리에는 대사가 없다. 그러나 인물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통역한다.
민은미 작가(주얼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