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몰빵 이대론 안된다"…오키나와 키운 일본식 해법 [트래블톡]

입력 2026-02-28 21:02
수정 2026-02-28 21:03

"지방 공항 열리면 외국인 관광객도 더 많이 오겠죠."

정부가 방한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입국 문턱을 낮추고 지역 관광 인프라를 전면 개편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외래객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교통·숙박·콘텐츠 전반을 손질해 체류형 관광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방침에 관광객 확대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지방공항 육성을 비롯한 '방한관광 대전환 및 지역관광 대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K-컬처의 전 세계적 확산 시기를 관광의 획기적 성장 적기로 보고 △크루즈 수용태세 개선 △숙박진흥체계 통합 개편 △지역 체류형 콘텐츠 확충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방한객 급증에도 서울 쏠림 여전…재방문 매력도 저하 우려
정부가 지역 관광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방한객의 극심한 '수도권 쏠림' 현상 때문이다. 방한객 대부분이 인천·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서울 등 수도권에 머물다 귀국하는 구조가 굳어져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2024년 방한 외래객 방문 지역 비율은 서울이 78.4%로 압도적 1위다. 부산(16.2%), 경기(10%), 제주(9.9%), 인천(6.3%), 강원(4.9%)이 뒤를 이었고, 나머지 지역은 1% 안팎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역시 서울 75.7%, 부산 17.2%, 경기 11%, 제주 10.1%, 인천 6.8%, 강원 4.6%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변동은 있었지만, 서울 집중 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방한 여행이 ‘서울 관광’에 머물고, 장기적으로는 재방문 매력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와 학계 곳곳에서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외국인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도 지방으로 바로 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관광 해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야놀자리서치 역시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방공항을 활성화함으로써 수도권 공항에 집중된 여행객 수를 분산시키고,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지역 맞춤형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거점(허브) 도시의 수요를 주변부(스포크)로 분산시키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의 광역 단위 관광권 조성이 대안으로 꼽혀왔다. 지방 공항 직항 늘리고 지역 특화 상품 발굴
정부는 지방공항을 새로운 인바운드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국제 직항 노선을 확대하고, 지방공항 전용 국제항공 운수권을 설정한다. 김해·청주공항 슬롯이 확대될 경우 인바운드 노선을 우선 배정할 방침이다. 국제선 신규 유치를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과 보조금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관광 마케팅 역시 지역 중심으로 옮긴다. 지방공항 직항 및 전세기와 연계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권역별 특화 홍보를 강화한다. 중국 3·4선 도시와 지방공항을 잇는 전세기 상품을 개발하고, 재방문율이 높은 일본 시장을 겨냥해 ‘한국 지방 소도시 30선’을 발굴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방침에 업계에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지방공항 활성화 성공 사례와 유사한 지원책 때문이다. 2017년 일본 국토교통성은 '방일유객지원공항'제도를 신설해 국제선 유치와 지방관광, 지역경제 효과 창출에 나섰다.

핵심은 지역의 신규 국제선 취항(외항사 중심)과 증편을 촉진하기 위해 공항의 국제선 착륙료를 일정 기간 감면·보조하는 방식의 직간접적 비용 지원이다. 이를 통해 실질적 지역 소비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교수는 "지방공항에 외항사를 위한 슬롯 마련은 인바운드,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중요한 시간대 외항사에 매력적인 슬롯 배정과 일본 사례처럼 비용절감 등 정책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관광 활성화 첫 관문…"후속 전략도 추진해야"
또한 일본의 사례처럼 인프라 지원이 개별 노선의 성과를 넘어 지역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역시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지역 특화 콘텐츠와 체류 동선을 결합하는 후속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DMO(관광목적지관리기구)제도를 도입해 지역별 맞춤형 관광 전략을 추진했고, 이를 통해 도쿄에 집중되었던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관광 콘텐츠 개발과 지방 공항 활성화, 무비자 입국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홋카이도는 겨울 관광지로 오키나와는 해양 스포츠 중심지로 특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일본 주요 도시 방문율을 30% 이상 끌어올리며 지역 균형 발전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은 "일본처럼 지역별 테마를 설정하고 DMO를 통해 지자체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방 공항 활성화와 관광 패키지 개발로 접근성을 높이면 관광객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