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광고비 떠넘겼다"…공정위, 쿠팡 '직매입 관행' 제동

입력 2026-02-26 14:53
수정 2026-02-26 15:22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직매입 거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익률을 맞추기 위해 납품단가를 낮추고 광고비 부담을 요구한 데다, 상품대금까지 법정 기한을 넘겨 지급한 행위가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21억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20~2022년 직매입 거래에서 납품업체와 PPM(순수상품판매이익률) 목표를 설정한 뒤, 목표에 미달하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응하지 않을 경우 상품 발주를 중단·축소하거나 그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GM(매출총이익률)이 내부 목표에 미달한 경우에도 광고비, ‘쿠팡체험단’ 수수료, 프리미엄 데이터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내부 수익 목표인 GM까지 납품업체에 관철하려 한 것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비용 전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직매입 거래의 본질을 ‘유통업자가 상품 소유권과 가격결정권을 갖는 대신 가격 하락과 재고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로 규정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위험은 원칙적으로 직매입 사업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가 매칭 등으로 줄어든 마진을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으로 돌린 것은 직매입 구조를 왜곡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상품대금 지급에서도 법 위반이 확인됐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대금을 법정 지급기한(상품수령일부터 60일 이내)보다 최대 233일 초과해 지급했다. 지연 지급 규모는 2809억원에 달하고, 미지급 지연이자도 약 8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번 조치는 2021년 4월 직매입 대금 법정지급기한(60일) 규정이 도입된 이후 첫 제재 사례다. 특히 지급 기산점을 둘러싼 해석이 최대 쟁점이었다. 쿠팡은 납품받은 상품에 대한 검수를 마치고 창고 입고 처리가 완료된 시점을 ‘상품수령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공정위는 상품이 납품된 시점(인도일)으로 봐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공정위는 “검수 절차 등을 이유로 지급기산점을 늦추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내부 검수나 행정 절차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쿠팡은 “판매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은 회사가 직접 부담하고 있으며, 광고 강요나 부당한 발주 중단은 정책상 금지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원에서 입장을 소명하겠다”며 행정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납품업체가 실제로 입은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통상 피해 금액이 특정될 경우 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지만, 이번 건은 피해액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반금액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향후 소송 과정에서 피해액 산정의 한계를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