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돈 없다더니…화장실서 '2억' 든 김치통 나왔다

입력 2026-02-26 12:53
수정 2026-02-26 13:05


국세청이 세금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재산을 숨기고 호화 생활을 누리는 고액·상습 체납자 124명에 대해 현장 수색을 벌였다. 국세청은 총 81억원 상당의 현금·현물을 압류해 징수했다. 체납자들은 현금다발을 무더기로 넣은 김치통을 화장실 수납장에 숨기거나 수색에 맞서 돈가방을 던지는 등 기상천외한 방식을 돈을 은닉했다.

국세청은 26일 지난해 고액의 부동산 양도대금을 받거나 지속적인 사업 소득이 있으면서도 세금을 회피한 체납자 124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현장 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색으로 국세청은 현금 13억원과 금두꺼비와 명품 시계 등 68억원 상당의 물품 등 총 81억원을 현장에서 압류 조치했다.

체납자들의 재산 은닉 수법은 다양했다. 수십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체납자 A씨의 경우 전 배우자 주소지에 재산을 숨긴 정황이 포착돼 국세청이 경찰관 입회하에 강제 개문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출근을 이유로 집을 나서던 딸이 가방 내용물 확인을 거부하며 거세게 저항하다 가방을 던졌다. 해당 가방 안에서는 5만원권 현금다발 1억원이 쏟아져 나왔다. 국세청은 집 안에서 6000만원을 추가로 찾아내 총 1억6000만원을 압류했다.

가족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자택 곳곳에 현금을 숨겨둔 사례도 많았다. B씨는 법인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부과된 종합소득세를 체납했다. 동시에 본인 명의 재산 없이 부유층 밀집 지역에 거주하다 덜미가 잡혔다. 여러 차례 설득 끝에 문을 열고 들어간 수색반은 화장실 세면대 밑 수납장에서 5만원권이 가득 담긴 김치통을 발견해 현금 2억원을 압류했다.

아파트 양도 대금을 수십억원 챙기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70대 고령의 체납자 E씨는 양도 대금을 현금자동인출기에서 100만원씩 수백 차례에 걸쳐 뽑아 숨겨뒀다. E씨는 수색 과정에서 가족들이 부모님의 이혼을 핑계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며 약 7시간 동안 대치하다 강제 개문 통보에 결국 문을 열었다. 수색 결과 옷장과 화장대 수납공간, 베란다 종이박스 등 집안 곳곳에 분산해 5만 원권 2200장을 숨겼다. 발견된 금액만 총 1억1000만원이었다.

고가의 건물을 양도하고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 C씨는 선순위 허위 근저당권을 16억원 규모로 설정해 국세청의 부동산 강제 매각을 방해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사실혼 배우자 거주지 등 동시 수색을 통해 명품 시계와 가방 등 4억원 상당을 찾아냈다. 서랍장 안에 보관된 가상자산 개인지갑 저장용 USB 4개를 찾아내 인출을 시도하자 압박을 느낀 C씨는 스스로 근저당권을 해제했다.



이 밖에도 안방 금고에 시가 1억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포함한 명품 시계 13점과 에르메스 등 명품 가방 7점을 숨겨둔 체납 법인 대표, 고급 아파트 금고 안에 순금 40돈짜리 황금 두꺼비 1점과 골드바 6점 등 총 151돈의 순금을 보관해 둔 호화 생활 체납자 등 사치품을 활용해 재산을 숨긴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취득가액을 부풀려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뒤 서비스 센터 직원이 집을 나서는 틈을 타 진입한 수색반에 의해 드레스룸에서 1억원 상당의 현금과 금괴 등을 압류당한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에 압류한 현금은 체납액에 즉시 충당하고,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 압류 물품은 공매를 진행할 방침이다.

박해영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국세청은 고액체납자로부터 압류한 미술품, 명품 가방 등 총 492점을 두 차례에 걸쳐 공매할 예정이며, 최초로 국세청이 압류 물품을 국민께 공개하고 단독 전시회도 함께 열 예정"이라며 "공매의 판매대금은 국고로 귀속되어 국민을 위한 소중한 재원으로 쓰이게 된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