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사이 조용히 더 큰 폭으로 오른 시장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최근 1년간 상하이종합지수는 22% 상승하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3%), 나스닥(21%), S&P500(16%)을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CSI 300은 19% 올랐고 성장주 중심의 차이나넥스트는 47% 이상 치솟았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AI·반도체·ETF에 몰린 중학개미
지난해 초 중국의 가성비 AI 모델 ‘딥시크’가 투자 시장의 관심을 끌면서 중국 기술주가 부각됐다. 이 영향으로 중국 테크 기업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단일 기술주와 관련 밸류체인에 초점을 맞춘 ETF도 속속 등장하며 투자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1월 1일~2월 25일) 한국 투자자의 홍콩 주식 매수 결제 규모는 5억2599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 본토 시장 역시 1억6251만 달러를 기록하며 유입 규모가 확대됐다.
최근 자금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지수형 ETF에 집중되는 흐름이다. 이 중 중학개미(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올해 가장 많이 순매수한 기업은 AI 스타트업 미니맥스다. 홍콩 시장에서 2336만5000달러를 순매수했다.
미니맥스는 지난 1월 9일 상장 이후 120% 이상 주가가 뛰었다. 중국 최대 안면인식 기업 센스타임 출신 옌쥔제가 2021년 12월 창업한 회사다. 동영상 생성 서비스 콘치AI, 음성 합성 플랫폼 미니맥스 오디오, 범용 AI 비서 등을 구독 기반 모델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AI 대화 플랫폼 토키는 해외 젊은 이용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은 미니맥스를 “글로벌 AI 산업 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장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JP모간은 향후 5년간 매출이 연평균 138% 증가하고 2029년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니맥스에 이어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종목은 중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몬타주테크놀로지다. 해당 종목에는 2054만5000달러의 순매수가 유입됐다. 몬타주는 지난 2월 9일 홍콩 증시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상장 첫날 장중 주가는 171.00홍콩달러까지 오르며 공모가(106.89홍콩달러) 대비 약 52% 상승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이 단기간에 몰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4년 상하이에서 설립된 몬타주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AI 애플리케이션용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이다. 중국 본토에도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은 현재 약 311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차이나AMC CSI300 역시 약 189만 달러 순매수로 상위권에 올랐다. 차이나AMC CSI300은 중국 본토 시장을 대표하는 CSI300 지수를 추종한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ETF다.
아이셰어즈 항셍테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홍콩 증시에 상장한 ETF다. 홍콩의 나스닥이라 불리는 항셍테크 지수를 추종한다. 항셍테크 지수는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 샤오미 등 홍콩에 상장된 주요 기술·플랫폼 기업 30개로 구성돼 있다. 순매수는 731만6000달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규제 강화와 부동산 위기,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수년간 침체됐던 홍콩 증시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홍콩 IPO 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할 최대 변수로는 글로벌 종자·농화학 기업 신젠타가 꼽힌다. 중국 국유 자본이 지배하는 신젠타는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홍콩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 딜의 성사 여부가 올해 홍콩 IPO 시장 회복의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홍콩 시장에는 IPO와 2차 상장을 통해 약 55억 달러가 조달됐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행보도 주목된다. CXMT는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며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설비 투자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상반기 IPO를 통해 약 42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이르면 2분기부터 신규 장비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를 토대로 월 최대 4만 장(웨이퍼 기준) 규모의 증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종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증시가 성장주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 배경으로 △정책 모멘텀 강화(15차 5개년 경제규획) △상장기업 실적 개선 △주요국 대비 밸류에이션 할인 매력 △가계 자산의 주식시장 이동 가능성 등을 꼽았다.
그는 “향후 5~10년은 ‘AI 플러스’ 정책이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반도체·플랫폼·전력망, 자율주행·휴머노이드 같은 피지컬 AI, 바이오·우주항공 등 응용 산업으로 시장이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가능 범위는
중국 주식시장은 겉으로 보기엔 하나의 거대한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본토와 홍콩, 그리고 해외 상장 시장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상장 위치와 주식 종류에 따라 투자 대상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중국 본토 주식시장은 크게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로 구성된다. 이곳에 상장된 대표적인 주식이 A주다.
A주는 위안화로 거래되며 원칙적으로 중국 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외국인 개인투자자도 일정 제도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대표적인 통로가 ‘스톡 커넥트(stock connect, 후강퉁·선강퉁)’ 제도다.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홍콩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내면 홍콩거래소가 이를 상하이·선전거래소로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본토 A주를 매매할 수 있다.
모든 종목이 대상은 아니다. 스톡 커넥트로는 지정된 종목군에 한해 매매할 수 있다. 일부 신성장 시장(과창판·창업판) 종목은 포함 범위도 제한적이다. 다만 해당 기업이 홍콩에도 상장돼 있을 경우 H주를 통해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가 가능하다.
한때 외국인 전용으로 출범했던 B주는 달러(상하이) 또는 홍콩달러(선전)로 거래된다. 하지만 현재는 시장 비중이 크게 줄어 존재감이 낮은 편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은 H주로 불린다. 본토 기업이지만 홍콩에서 거래되며 홍콩달러로 매매된다. 외국인 투자 제한이 없어 글로벌 자금이 자유롭게 유입·유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중국 증시’는 본토보다 홍콩 시장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대형 기술기업과 플랫폼 기업 상당수가 홍콩에 상장돼 있어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중국 기업 가운데는 알리바바, 징둥닷컴, 바이두 등처럼 미국 증시에 미국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된 사례도 있다. 이들 종목은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서 달러로 거래돼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우선 홍콩 상장 H주 직접 투자다. 가장 규제 부담이 적고 접근이 자유로운 방식이다. 홍콩을 통한 본토 A주 투자도 일정 종목에 한해 매매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ETF 투자다. 본토와 홍콩, 해외 상장 중국 기업을 포괄하는 지수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법이다.
◆주요 지수 5개
중국 증시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은 ‘상해종합지수’다. 정확한 명칭은 상하이종합지수다. 중국 본토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모든 A주와 B주를 포함한 지수다. ‘상해’와 ‘상하이’는 같은 도시를 뜻하는 표현으로 한자식 표기와 현대식 표기의 차이다.
다만 상하이종합지수가 곧 중국 경제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에너지·국유기업 비중이 높아 중국의 신산업이나 민간 소비 기업 흐름을 온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미래 성장성을 보기 위해선 CSI300, 차이넥스트, 항셍테크 지수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 중 기관투자가들이 더 자주 참고하는 지수는 CSI300이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대형주 300개를 묶은 지수로 중국판 코스피200에 비유된다. CSI300은 본토 대형주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주뿐 아니라 소비·산업·테크 기업이 함께 포함돼 있어 중국 증시의 체력을 가늠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합하다.
차이넥스트는 선전 증시에 위치한 중국판 나스닥이다. 전통 산업 비중이 높은 상하이종합지수와 달리 바이오·IT·신에너지 기업이 중심이다.
기술주 흐름만 따로 보려면 항셍테크 지수를 참고한다. 인터넷·플랫폼·AI·반도체 관련 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성장주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와 완화 기대가 반복되면서 항셍테크 지수의 변동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MSCI 중국지수는 전 세계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포괄한다. 해외 투자자 자금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텐센트, 알리바바, CATL, 샤오미, BYD, 메이퇀 등 10개 종목이 MSCI 중국지수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