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리폼하다 1500만원 배상…대법원서 왜 뒤집혔나

입력 2026-02-26 10:54
수정 2026-02-26 10:58


리폼업자가 명품 가방 소유자의 의뢰를 받아 가방을 변형·가공한 뒤 소유자에게 되돌려준 행위는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쟁점에 대한 최고법원의 첫 판단으로, 국내외 리폼 업계와 명품 브랜드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6일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리폼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으면 상표 사용 아냐"A씨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객에게서 낡은 루이비통 가방을 맡아 크기·형태·용도가 다른 가방이나 지갑으로 만들어줬다. 건당 10만~70만원을 받았고 매출 합계는 약 2380만원에 달했다. 루이비통 측은 리폼 과정에서 자사 등록상표가 계속 제품에 표시됐다며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원심(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손해배상금 150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리폼 의뢰인 본인은 제품을 오인할 가능성이 없더라도, 제3자가 루이비통의 다른 제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리폼을 의뢰받아 리폼한 뒤 소유자에게 반환한 경우, 리폼 제품이 상거래에 제공되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리폼 제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유통 주도하거나 침해 알고도 서비스 제공했다면 책임"다만 재판부는 리폼 과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거나 소유자의 유통 목적을 알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두 가지 예외 요건도 함께 제시했다.

첫째, 형식상 소유자 개인 의뢰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리폼업자가 일련의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거래시장에 유통시켰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판단할 때는 △리폼 요청 경위와 내용 △리폼 제품의 형태·개수 등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 주체 △리폼업자가 받은 대가의 성격 △사용된 재료의 출처 및 비중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둘째, 소유자가 상거래 유통을 목적으로 리폼을 의뢰한다는 사실을 리폼업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리폼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상표권 침해에 따른 공동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유통 목적 의뢰인 줄 알면서도 서비스를 제공한 리폼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독립적인 근거가 된다. "법리 공백 해소에 의의"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그동안 법적 공백 상태였던 리폼 행위의 상표권 침해 여부를 처음으로 명확히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26일 공개변론까지 열어 각계 의견을 청취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법원과 업계도 이번 판결 결과를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원칙적 요건뿐 아니라, 예외적으로 침해가 성립할 수 있는 구체적 판단 기준까지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의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