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마름’이 유행…한국에서 ‘살쪘다’는 의미는?[슬림노믹스가 온다⑤]

입력 2026-03-04 08:51
수정 2026-03-04 08:52

“○○○도 위고비 맞았다는데…” 최근 특정 연예인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자동완성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위고비나 마운자로, 그리고 다이어트이다. 단기간에 늘씬한 것을 너머 소위 ‘뼈 말라’ 상태가 된 유명 연예인에 대해 “비만약 주사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르고 있어서다.

연예인 등 유명인뿐만이 아니다. 비만약은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4년 10월 국내에 첫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약 1년 만에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25년 8월 나온 후속주자 마운자로도 처방 건수가 급증하면서 일부 제품이 새해 들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비만율이 낮은 나라로 꼽히지만 체중관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비만약 문제도 매년 제기되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와 비만인에 대한 ‘낙인효과’가 이 같은 ‘다이어트 호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 비만율, 최하위권이지만
최근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는 팬과의 소통 플랫폼에서 “다리 살 빼면 안 될까? 백댄서가 너보다 더 날씬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쯔위는 유료 플랫폼에서 소통한 이 팬에게 “돈 아껴 써라”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악플러에게 몸매를 지적당한 연예인 사례는 흔하다. 같은 잣대는 모두에게 해당한다. 그만큼 체중에 대한 한국 사회의 평가는 냉정하다. 대한비만학회가 2023년 발표한 ‘비만 인식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우리 사회가 비만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은 71%, 남성은 52%가 이처럼 답변해 ‘뚱뚱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뚱뚱한 체형 때문에 눈에 쉽게 띈다(70%) ▲게을러 보인다(58%) ▲의지력과 자제력이 부족해 보인다(56%) 등 부정적인 답변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한국은 비만율이 낮은 나라이다. 2025년 11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의 비만율은 일본(4.0%) 다음으로 낮은 5.2%로 37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이 약 19%이다. OECD 수치는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을 기준으로 나왔다.

특히 여성의 비만율은 더 낮은 편이다. 질병관리청이 2024년 실시한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BMI 25kg/㎡ 기준으로는 19세 이상 남성 41.4%, 여성 23.0%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몸매 관리’를 하려는 사람들은 많다. 체중관리를 시도했다는 응답률은 전체 성인의 65%로 나타났다. 비만약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가짜 비만약’ 성행하는 사회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약을 복용하더라도 식단관리와 운동 등을 병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식욕을 감퇴시키는 비만약 특성상 근육량이 줄고 약을 끊으면 체중이 다시 불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씬한 외형’이 중요한 사회 분위기상 ‘건강한 다이어트’가 정착되기는 어려워보인다. 가짜 비만약도 성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다이어트 표방 식품 16개를 조사한 결과 체중감소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데도 ‘먹는 위고비’, ‘마시는 위고비’ 등 마치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먹는 위고비’ 게시물은 늘씬한 여성의 사진과 함께 “약을 먹고 체중을 감량했다”는 후기를 담고 있다.

가짜약이 아닌 진짜 비만치료제도 오남용되고 있다. 일명 의약품 허가 기준인 BMI 30kg/㎡ 미만 환자에게도 제대로 된 진료 없이 비만약을 처방하는 ‘위고비 성지’가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는가 하면, 마약류인 일명 ‘나비약’ 수요도 여전히 많다. ‘나비약’은 향정신성의약품인 펜터민 성분으로 뇌 시상하부에 작용해 각성상태를 유발하므로 불면증이나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내성이나 중독성도 강한 편이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