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한국 삼키는 中"…홍대 등장한 '5층 건물' 정체

입력 2026-02-26 19:39
수정 2026-02-27 00:15


25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에 마련된 '젠레스 존 제로' 팝업스토어. 네이버 사전예약 회차제로 운영된 이번 '엔젤디'(게임 속 가상 아이돌) 팝업은 평일 오후임에도 10~20대 팬들이 대거 몰렸다. 대부분의 굿즈에는 이미 '품절' 팻말이 붙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고등학생 김모군(16)은 "아미티방부 굿즈를 사러 왔는데 이미 매진이라 아쉽다"며 "다음에는 오전 시간대를 노려야겠다"고 말했다. 방문객 정모군(17)은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지만 팬심으로 현장을 찾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팝업은 단순 판매를 넘어 애플뮤직과의 협업을 통한 청음존, 캐릭터와의 1대1 영상통화 체험존 등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꾸며져 몰입도를 높였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중국 게임이 '플레이' 단계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팬덤 산업으로 안착했다. 대표적 서브컬처 지식재산권(IP)인 '원신'은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5층 규모의 상시 테마 카페 '티바트 타워'를 만들었다. 한정된 팝업에 그치지 않는 이러한 상설 공간의 등장은 중국 게임 IP를 소비하는 국내 이용자층이 그만큼 두텁고 견고해졌음을 방증한다. 모바일, PC방에 이어 다방면으로 중국산 게임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분위기다. ◇ 2년연속 2~3위 쓴 中게임
26일 한경닷컴이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상위권 내 중국계 게임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2021년 당시 매출 '톱3' 내 중국 게임은 1개 업체 정도가 이름을 올렸으나, 최근 2년 연속 중국 업체가 매출 2~3위에 포진하고 있다.

2023년까지는 3위권 내 중국 게임은 없었다. 그러나 2024년 '라스트 워: 서바이벌'(2위)과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3위)이 치고 올라오더니 2~3위에 포진했고, 2025년에도 서로 순위만 바뀌어 톱3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PC방에서는 중국산에 1위를 내준 지가 오래다. PC방 게임 통계 사이트 게임트릭스 조사 결과,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점유율은 30~40%대로 지난 7년간 한주도 빠지지 않고 1위를 지켰다. ◇ 인플루언서 화력까지 더해최근 중국산 게임이 인기를 끄는 뒤에는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과거 중국산에 대한 인식과 달리 경쟁력이 높다보니 긍정적인 후기가 잇따르면서 인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국 게임사 뉴원스튜디오가 개발·배급한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인터랙티브 게임인 '성세천하: 여제의 탄생'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2025년 10월 한국 스팀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으며, 평점 역시 '매우 긍정적'(94%)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침착맨·풍월량·햄튜브씨 등 유명 스트리머들이 게임의 서사에 몰입해 플레이하는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한국에서만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성세천하를 직접 플레이한 직장인 박모씨(28)는 "유명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높은 그래픽 퀄리티와 짜임새 있는 서사 전개에 놀랐다"고 전했다.

이 게임은 무측천 시대를 배경으로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재해석한 당나라 황궁을 무대로 한다.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수상자인 데미 구안 프로듀서가 총괄한 이 작품은 한때 비주류로 여겨졌던 실사 영상 기반(FMV) 장르에 현대적 기술과 높은 프로덕션 가치를 결합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결과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도입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친 시네마틱 영상을 통해 이야기의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야금야금 한국 시장을 삼키고 있다"며 "완성도도 굉장히 높아졌다. 여러 측면에서 위협일 뿐 아니라 보고 배워야 할 점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경/신현보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