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출 금지'였던 자율주행 기술, A2Z가 처음 넘었다

입력 2026-02-26 09:23
수정 2026-02-26 10:32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처음으로 국가핵심기술 수출의 문을 열었다. 자율주행이 기술안보 관리 대상에 머물던 단계에서 벗어나 정부의 공식 승인을 거쳐 해외 상용화로 나아간 첫 사례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는 자율주행 분야 최초로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을 확보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26일 밝혔다. A2Z는 UAE 아부다비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한민국 특사단과 함께 현지 합작법인에 수출 승인서를 전달했다. 행사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과 김상진 국가AI전략위원회 국장 등도 참석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로, 해외 이전이나 수출 시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의 엄격한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기술 유출과 안보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그동안 국내 기업 가운데 이 절차를 통과해 해외 상용화를 전제로 수출 승인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A2Z는 산업통상부 심의를 거쳐 자율주행 분야 최초로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을 획득했다.

이번 승인으로 정부는 자율주행을 단순한 신산업이 아니라 반도체·인공지능(AI)과 함께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리되는 핵심 기술로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동시에 일정한 통제와 조건 아래에서는 해외 이전과 상용화도 가능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처음으로 내린 셈이다.

A2Z는 그동안 실증 중심의 전략을 통해 기술 신뢰도를 쌓아왔다. 판교·세종·제주 등 국내 여러 지역에서 레벨4 자율주행 셔틀과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를 운영하며 실제 도로 환경에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해외 시장에서도 단계적인 접근 전략을 취해왔다. 싱가포르에서는 공공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한 뒤 자율주행 셔틀 운행 등 실증·운영 경험을 쌓아왔다. 일본에서도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자율주행 택시 등 공공도로 실증 사업을 추진하며 기술 신뢰도를 높여왔다. 이들 시장은 제도 정합성과 안전 검증을 중시하는 지역으로, A2Z가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거점이다.

그럼에도 중동이 첫 국가핵심기술 수출지로 선택된 배경에는 시장의 성격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와 일본이 제도 정합성과 장기 실증에 적합한 시장이라면 UAE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도시 전략을 바탕으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한 곳이다. UAE는 2030년까지 두바이 대중교통의 25%를 자율주행으로 전환하고, 2040년에는 아부다비 전면 자율주행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개별 기술 실험을 넘어 도시 단위 전환을 추진하는 드문 시장이라는 평가다.

이번 수출 승인을 계기로 A2Z는 자체 개발한 레벨4 자율주행 차량 ‘ROii(로이)’와 다양한 개조 차량을 UAE에 투입할 예정이다. A2Z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차량 제어 기술에 현지 기업 스페이스42의 AI 인프라와 데이터 역량을 결합한 합작법인은 중동 지역에서 자율주행차 생산과 실증 사업, AI 기반 모빌리티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국가핵심기술 관리 정책이 ‘보호’ 중심에서 ‘통제된 활용’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을 시작으로 AI, 로보틱스 등 다른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도 해외 진출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