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에스더, 우울증에 자발적 안락사 고민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입력 2026-02-26 09:47
수정 2026-02-26 09:48
의학박사 겸 방송인 여에스더가 난치성 우울증으로 자발적 안락사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5일 공개된 디즈니+ '운명전쟁49'에서 여에스더는 아기무당 이소빈에게 상담을 받으며 동생을 떠나보낸 이후의 고통을 털어놨다. 그는 "내 사업은 잘되고 아이들도 잘 자랐지만, 동생이 죽은 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계속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이소빈이 "그리워하고 미안해하는 건 괜찮지만 못 지켰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여에스더는 "못 지켰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는 동생의 사망 이후 우울증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치료 효과가 크지 않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전기 자극 치료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여에스더는 "그 치료를 하면 기억이 사라질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 상태로 오래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매일 죽을 날짜를 꼽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특정 날짜를 정해두기도 했으나, 방송 공개 전 세상을 떠나는 것은 안 될 것 같아 시점을 미뤘다고 밝혔다.

방송 자막에는 2025년, 난치성 우울증으로 해외에서 자발적 안락사를 고민 중이라는 설명이 더해졌다. 여에스더는 세상을 떠날 경우를 대비해 자녀와 남편, 직원들에 대한 계획을 세워두었다고 했다. 창립 초기부터 함께한 직원에게 주거 공간을 마련해줬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여에스더는 "이제 날짜를 정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버텨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에스더의 고백은 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는 조력 존엄사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2%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조력 존엄사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만 존엄사와 안락사, 의사조력자살은 개념상 차이가 있다. 소극적 안락사로 불리는 존엄사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행위를 뜻하며,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허용된다. 반면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고, 의사조력자살은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스스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존엄사만 합법이고, 의사조력자살은 자살방조죄, 적극적 안락사는 촉탁살인죄로 처벌 대상이다.

해외에서는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독일은 한때 업무상 자살방조를 처벌했으나 2020년 연방헌법재판소가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 관련 조항이 무효가 됐다. 현재 독일에서는 의사조력자살은 허용되지만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다.

스위스는 형법상 이기적 동기에 의한 자살방조만 처벌하는 구조로, 이타적 목적의 조력자살은 사실상 비범죄화돼 있다. 이로 인해 조력자살 지원단체가 활동하며 외국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고, 2023년 조력자살자는 1729명으로 일반 자살자 995명보다 많았다.

미국에서는 1997년 시행된 오리건주의 '존엄사법'이 의사조력자살을 제도화한 첫 사례로 꼽힌다. 이후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등 10개 주와 워싱턴DC가 관련 법을 마련했다.

오스트리아도 2022년부터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했고, 프랑스와 영국은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토스카나주가 올해 처음으로 조력자살을 법제화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