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포 속 각광받는 ‘농기계 1강’ 디어...횡보장에도 한달새 24% 쑥[핫픽!해외주식]

입력 2026-03-02 09:40
수정 2026-03-02 09:41

세계 최대 농기계 기업인 디어앤컴퍼니(디어) 주가가 최근 한달새 24% 급등했다.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자랑하던 빅테크 기업들이 큰 규모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 'AI 공포 청정지대'로 주목받은 결과다. 디어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농업을 전방 산업으로 갖추면서도,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수혜는 그대로 입을 것이란 전망도 매수세 유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 블루칩 된 '글로벌 농기계 1위' 디어앤컴퍼니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디어는 최근 한달간 24% 급등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보합세를 보였다.



디어는 1837년에 설립된 농기계 및 건설기계 제조사다. 전세계 농기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트랙터와 콤바인, 하베스터 등 주요 제품군 모두 각자의 시장군 내 최대 매출을 자랑한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아이비스월드에 따르면 이들은 전체 농기계 시장의 약 17%를 차지한다. 특히 농기계 중 가장 시장이 큰 트랙터 및 대형 농기계 분야에서는 37%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기계와 벌목 장비 분야에도 진출해있어, 매출 약 25%가 여기서 발생한다.

디어는 지난해까지 실적 측면에서 부진한 시간을 보내왔다. 2023년 602억달러였던 매출은 2024년 505억달러, 지난해 446억달러로 매년 순감했다. 이는 시장 내 경쟁 구도와 별개로 디어 매출의 59%가 발생하는 북미 지역(미국과 캐나다) 내 농기계 수요가 부진한 결과다. 이 기간(2023~2025년) 미국 내 농가소득은 9분기 연속 감소했다.
"북미 농업, 올해 바닥 다지고 반등" 전망에 '방긋'경영진과 주식시장은 이 같은 부진한 흐름이 올해 바닥을 다지고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한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을 20% 이상 상회한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존 메이 디어 최고경영자(CEO)는 “농기계 시장이 여전히 어려운 국면에 있지만 2025년 하반기부터 명확한 회복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며 “특히 소형 농기계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어는 실적발표에서 올해 순이익 전망을 기존 40억~47억5000만달러에서 45억~50억 달러로 상향했다.

지난해 미국 농업 수요 위축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중국향 대두 수출이 재개된 점도 호재로 꼽힌다. 대두 가격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이 올해 1200만톤이 넘는 미국산 대두를 구매할 것”이라고 말하자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 미국 정부가 바이오연료 정책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옥수수와 대두 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디어의 실적 회복을 자신하고 있는 대표적인 투자은행(IB)으론 모건스탠리가 있다. 이들은 지난 24일 디어 목표주가를 기존 560달러에서 730달러로 대폭 인상하고,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앙헬 카스티요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주력 사업인 생산 및 정밀 농업 부문에서 예상보다 강력한 주문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며 “농업 사이클이 회복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AI 기술 탑재를 통해 농기계 시장 내 디어의 독보적인 점유율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스티요는 이어 "디어는 현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 35배인 6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미 이익이 고점 대비 50% 가량 하락해 리스크가 해소된 점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가격대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AI 대체 공포는 없고, AI 생산성 호재는 그대로이달들어 주식 시장 변동성을 키운 인공지능(AI) 공포에서 자유로운 점도 디어의 강점으로 꼽힌다. 오라클이나 서비스나우, IBM 같은 나스닥 시장의 대형 기술주들이 AI로 대체될 것이란 공포로 급락한 것과 달리 디어의 전방 산업인 농업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산업군으로 꼽힌다.

AI고도화가 디어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디어는 AI를 기반으로 각 농장주에게 최적화된 데이터를 제공해 씨앗 심기부터 농약 살포까지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을 농기계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디어 측 발표에 따르면 미국 평균 옥수수 수확량은 에이커당 180부셸 수준이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최대 20% 이상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의 간판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디어가 보유한 AI 기술의 경쟁력과 잠재성이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농가인가가 감소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1인당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디어는 매우 매력적인 스토리를 보유한 주식”이라고 호평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