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출시된 ‘먹는 위고비’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위고비를 탄생시킨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비만약 출시 이후 몇 년간의 상승폭을 고스란히 내려놨다.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의 특허가 끝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제약 업계는 2026년을 ‘비만약 대중화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위고비 특허 만료와 경구용 비만약 시장의 개막은 거대한 재편을 알리는 신호이다. 저렴한 복제약의 확산, 그리고 알약 하나로 살을 뺄 수 있는 편의성은 비만약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먹는 위고비’의 명암
로이터에 따르면 위고비 알약 제품은 출시된 지 4일 만에 처방 3000건을 돌파했다. 출시 2주째에는 총 1만8400건 처방을 기록하는 등 주사제 처방량을 웃돌았다.
경구제 위고비는 임상에서 64주 차에 16.6% 체중감량을 기록해 기존 피하주사제(약 15%)보다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가격은 자비부담 기준 월 149달러로 월 1000달러가 넘는 주사제보다 저렴하다.
특히 경구제 위고비 출시는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노보노디스크 전략의 일환이었다. 피하주사제와 마찬가지로 일단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경구제 시장에서도 ‘비만약의 대표’이자 ‘최초’라는 타이틀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후발주자인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새 경구용 비만약 출시도 멀지 않았다. 기존 주사제와 같은 성분의 알약을 내놓은 노보노디스크와 달리 이미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릴리의 경구용 비만약 후보물질은 전혀 다른 성분이다.
위고비를 비롯한 기존 비만약은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펩타이드는 위산, 소화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므로 위장 내에서 약 성분을 체내에 충분히 흡수시키기가 까다롭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미 제2형 당뇨병 보조제로 위고비 성분의 펩타이드 기반 알약 ‘리벨서스’를 출시한 적이 있는데 이 약은 펩타이드 성분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SNAC(살카프로제이트나트륨)이라는 흡수촉진제를 추가한 형태이다. SNAC의 최대 생체이용률은 0.8~1.4% 정도이다.
리벨서스를 복용하려면 펩타이드 성분의 효과적인 흡수를 돕고 흡수촉진제가 희석되지 않도록 아침 공복에 반 컵(120mL) 이하의 물과 함께 적게 먹어야 한다. 그리고 30분간 다른 음식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먹는 위고비는 체중감량을 위해 더욱 고용량으로 출시됐으나 리벨서스와 마찬가지로 복용이 까다롭다.
왜 먹는 비만약인가
경쟁사인 릴리가 허가신청을 앞둔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먹는 위고비와 달리 저분자 화합물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음식과 함께 섭취해도 흡수가 잘돼 공복에 복용할 필요가 없고 생체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즉 효능이 비교적 일관되고 저용량을 복용해도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분자 화합물의 경우 화학성분으로 만들 수 있어 제조 단가가 저렴하고 수급이 원활한 편이다.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경구제 후보물질도 저분자 화합물이다. 임상 1상 당시 고용량 투약군이 오포글리프론보다 높은 효과를 내기도 했다.
삼천당제약은 노보노디스크의 펩타이드 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의 물질 특허 만료를 앞두고 해당 물질의 경구제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제형 특허가 살아있는 SNAC 대신 자체 개발한 경구용 전환기술 플랫폼 S-PASS를 활용해 흡수율을 높이려 한다. S-PASS는 장 점막 세포에 대한 투과도를 높이는 라브라솔 성분을 포함한다. 삼천당제약은 일본 대형 제약사 다이이치산쿄와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의 공동개발 및 일본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물질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 산업 미래 혁신전략 리포트’에서 “저분자 화합물은 특이성이 떨어져 다른 수용체와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장관계 외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간독성, 심혈관계 이상 반응 등 장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펩타이드 성분 제품은 일반적인 알약과 달리 공정이 까다롭고 원가 부담이 큰 편이다.
그럼에도 알약 형태의 경구제 개발이 활발한 이유는 그만큼 시장성이 좋기 때문이다. 알약은 주삿바늘이 없다(needle-free)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이 적어 비만치료제 시장을 더 빠르게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제약사와 전 세계 바이오텍은 체중감량 효과를 높이기 위한 3중, 4중 작용제 후보물질 개발에 한창이지만 관련 업계에선 ‘편리한 제형’을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요건으로 꼽고 있다. 경구제처럼 섭취가 편리하면 환자가 처음 접근하기도 좋지만 그만큼 복용을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기존 경쟁 제품 대비 임상시험에서 획기적인 효능을 보이지 못하는 1주회 주사제 물질에 대해서는 개발 포기가 이어지는 추세다. 최근 비만약 개발 야심을 밝힌 셀트리온도 4중 작용 주사제(CT-G32)와 경구제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주사는 월 1회로, 낮아지는 가격 부담
주 1회가 아닌 월 1회 또는 그 이상으로 약효 지속 기간을 늘리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도 활발하다. 위고비의 성공 배경으로 높은 체중감량 효과 외에도 매일 주사를 놓아야 했던 전작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와 달리 한 주 단위로 길어진 약효 지속기간이 꼽힌다.
이 분야에서는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텍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릴리와 ‘스마트데포’ 플랫폼에 대한 기술평가를 진행 중인 펩트론,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과 ‘이노램프’ 플랫폼으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지투지바이오, 역시 베링거인겔하임과 ‘IVL-드럭플루이딕’을 바탕으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인벤티지랩 등이 있다.
결국 이 같은 경쟁에 따라 더 저렴하고 편리한 비만약 신제품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시장 규모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2035년 1500억 달러(약 21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가 인하 압력을 가하면서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약 가격도 낮추게 됐지만 마냥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격을 낮추면 소비층이 넓어지면서 시장이 커지게 되므로 이미 시장을 선점한 두 회사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