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외교관들에 美기술기업 규제 반대 로비 지시"

입력 2026-02-25 23:20
수정 2026-02-2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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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미국 기술기업들의 외국인 데이터 처리와 관련해 (주재 국가가)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시도에 반대하는 로비를 펼치라고 지시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주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과 데이터주권법 관련 반대 로비를 지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입수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월 18일자 국무부 전문에서 외국의 이 같은 법률이 “전세계 데이터 흐름을 방해하고 비용과 사이버 보안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또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한하고, 시민의 자유를 훼손하고 검열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부 통제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무장관이 서명한 이 전문은 "정부가 더 적극적인 국제 데이터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외교관들이 "데이터 현지화 의무와 같은 불필요하고 부담스러운 규제에 맞서야 한다"고 명시했다. 전문의 제목에는 "조치 요청"(ACTION REQUEST)이 명시됐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EU 등 국가에서 "데이터 주권"이나 "데이터 현지화"형태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국민에 대한 개인 정보 처리와 저장 방식 제한에 강경하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보호무역 정책 및 극우 정당 지원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특히 유럽에서 데이터 주권 관련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AI 기업들이 대규모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구축하는 행태는 유럽내에서 사생활 보호 및 감시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 미국의 소셜 미디어 대기업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가인 베르트 후베르트는 "이전 행정부는 유럽 고객을 유치하려고 노력했지만, 현 정부는 유럽인들에게 미국 기업에 지장을 줄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버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주권 관련 법률은 적용 범위가 다양하다. 일부 법률은 특정 국가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해당 국가 내에만 저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정보 보관 위치에 대한 규칙을 정한다. 다른 법률은 데이터 공유 방식을 제한해 외국 기업으로의 데이터 배포를 제한한다. 예를 들어, EU의 2018년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은 유럽인의 데이터를 해외로 전송하는 것을 제한해 이를 위반한 미국 기업들이 상당한 벌금을 부과받았다.

루비오장관이 서명한 외교 전문은 GDPR을 "불필요하게 부담스러운 데이터 처리 제한과 국경 간 데이터 흐름 요건"을 부과하는 규정의 예로 들었다.

이 전문은 또 “중국이 매력적인 기술 인프라 프로젝트와 제한적인 데이터 정책을 결합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감시 및 전략적 활용을 위한 국제 데이터 접근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자국 기업의 사용자 데이터 저장 및 전송 방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이 조치는 미국이 유럽의 디지털 영역 규제를 저지하기 위한 시도중 하나이다.

지난해 루비오 장관은 외교관들에게 EU의 디지털 서비스법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도록 지시했다. 이 법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극단주의 콘텐츠나 아동 성착취물과 같은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강제해 인터넷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주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유럽 등 여러 국가들이 혐오 발언이나 테러 선전물에 대한 검열을 우회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포털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