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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로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미국 최대 주택용품 유통업체 홈디포(티커 HD) 주가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큰손'인 전문업자(Pro) 고객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려는 전략이 적중하면서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돈 영향이다.
26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홈디포 주가는 올해 들어 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1.28%)을 크게 웃돈다.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과 사업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홈디포는 건축 자재부터 인테리어 도구까지 집을 단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홈디포의 작년 4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매출은 382억달러(약 54조7400억원)다.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381억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72달러로 전망치(2.54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동일매장 매출 증가율이 0.4%를 기록하며 월가 전망(-0.36%)을 웃돌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매장 거래 건수 자체는 줄었지만 객단가가 2.4% 늘었고, 1000달러 이상 고가 거래도 1.3% 증가했다. 일반 소비자(DIY)의 지출이 둔화한 반면, 전선·콘크리트 등 필수 자재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전문업자 고객 매출이 늘어나서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가 상품 비중이 높아지고 제품 업그레이드 수요가 커지는 것도 수익성 개선 요인"이라며 "중장기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객단가 상승은 홈디포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해온 '전문업자 고객 확대' 전략과 맞닿아 있다. 홈디포는 2024년 180억달러(약 25조7900억원)를 들여 건축자재 공급업체 SRS디스트리뷰션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GMS까지 인수하며 대형 기업 간 거래(B2B) 자재 시장을 공략했다. 기업용 외상 거래(Trade Credit) 프로그램도 도입하는 등 전문업자 고객 유치에 공을 들였다. 전문업자 고객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거시 환경도 점차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연 6%대 초반을 기록했다. 과거 초저금리 시절에 비하면 여전히 이자 부담이 높은 수준이지만, 연 8%에 육박했던 고점이나 1년 전(연 6.8~6.9%)과 비교하면 소폭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하면서 시중 금리가 안정화됐다는 평가다.
주택 시장 선행 지표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주택 착공 건수는 140만4000건으로 전월 대비 6.2% 증가했다. 건축 허가 건수도 4.3% 늘었다. 억눌렸던 주택 개량(리모델링)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주가 상승으로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데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소비 심리 회복 속도가 더딜 경우 실적 개선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회사 경영진이 업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다. 리차드 맥페일 홈디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택 거래량은 2023년 이후 역사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는 주택 매매 관련 프로젝트 및 구매 수요를 크게 감소시켰다"며 "인플레이션, 일자리 우려 증가, 높은 조달 비용 등에 대한 고객의 우려가 여전한 만큼 올해도 주택 시장에 대한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