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이 무엇이기에…비만약에 대한 5가지 사실[슬림노믹스가 온다③]

입력 2026-03-04 08:35
수정 2026-03-04 08:37
[커버스토리 : 슬림노믹스가 온다]

“비만약 어떤 게 좋을까요?” “비만약 진짜로 효과 있을까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글로벌 히트작’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현대 인류의 난제인 ‘비만’에 획기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곧이어 경쟁사인 일라이릴리가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까지 내놓으며 ‘약 먹고 살 빼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무분별한 오남용과 불법 해외직구를 넘어 ‘가짜 위고비’까지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일반식품을 ‘먹는 위고비’, ‘식욕억제제’ 등으로 불법 광고한 5개 업체를 적발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구매하려는 경우 부당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뛰어난 효능의 요즘 비만약은 무엇이며 어떻게 처방하고 구입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요즘 비만약, 정체는?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요즘 비만약’, 위고비와 마운자로(미국 제품명 젭바운드)는 다이어트보조제가 아닌 ‘비만 치료’를 위한 ‘전문의약품’이다. 즉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이들 비만약은 피하주사제이며 주 1회 한 번씩 사용한다. 정해진 용량이 이미 주사기 안에 들어 있는 프리필드펜 타입이라 환자가 배에 주사바늘을 넣어 펜을 누르는 방식으로 직접 약물을 주입할 수 있다.

아직 알약 형태의 같은 성분 비만치료제는 국내에 정식 유통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만 올해 1월 5일(현지 시간) 위고비 알약이 정식 출시됐다. 따라서 한국에서 대부분의 ‘먹는 위고비’ 광고 제품은 실제 경구용 위고비(위고비 필)가 아닌 일반식품이거나 불법 유통된 제품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주사제로 나온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펩타이드 성분이라 냉장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가장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이 2개 이상 결합된 형태를 뜻한다. 열에 약한 이들 성분 특성상 더운 날씨 등으로 보관이 잘못되면 단백질 구조가 바뀌면서 효능이 떨어지거나 쉽게 상할 수 있다. 어떻게 얼마나 빼주나?
비만약이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은 효능이 획기적으로 뛰어나서다. 그동안 비만환자에게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의약품의 체중감량 효과는 5~8%에 그쳤다. 그런데 2021년 미국에서 위고비가 첫 출시된 이후 진화한 약물들이 개발되면서 비만치료제는 위절제술(25~30%) 수준의 효능에 도전하고 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는 68주간 15%의 체중감량 효과를 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출시한 마운자로의 체중감량 효과는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약물은 당뇨병 치료에 쓰이던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유사 성분이다. 원래 이 성분은 당뇨병 치료에 쓰였다. GLP-1은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한다. 이를 통해 혈당을 떨어트리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약을 맞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체중감량 효과가 나타나면서 같은 약이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출시된 것이다. 이를 통해 대사질환에 특화된 제약사였던 노보노디스크는 일약 ‘비만 테마주’로 등극한다.

GLP-1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 운동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약물로 이 성분을 섭취하면 평소보다 입맛이 떨어지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면서 살이 빠지는 원리다. 마운자로는 GLP-1과 GLP-1 작용을 한층 강화하는 GLP 이중작용제로 효과가 더 강하다.

위고비가 획기적이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인체에서 자연 분비되면 2~3분 안에 빠르게 분해되는 GLP-1과 달리 일주일간 유지되는 물질이었다는 것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전작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효과가 하루 지속되면서 체중감량 효과는 8%에 그쳤다. 얼마에 살 수 있나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는 아직 비급여 의약품이다. 건강보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주사제는 알약에 비해 제조원가가 높고 수입 및 유통 과정에서도 비용이 들기에 가격이 높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마운자로 출시 이후 비만치료제 간 경쟁이 심화하고 ‘품귀 현상’도 점차 완화되면서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마운자로 1개월분(4주 기준) 한 세트 출고가는 2.5mg·5mg 용량이 각각 27만8000원·36만9000원으로 위고비 출고가(37만2000원)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이에 한국노보노디스크도 위고비 출고가를 용량별로 10~40% 인하하는 등 가격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유통마진 등이 붙어 실제 소비자들이 약국에서 접하는 마운자로 저용량(2.5mg)은 28만원에서 30만원 전후에 형성됐다. 고용량으로 갈수록 가격이 비싸다. 10mg 가격대는 50만원대에 비교적 넓게 형성된 편이다. 누가 맞을 수 있나
식약처 허가 정보와 대한비만학회 처방 가이드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비만치료제는 의학적인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30을 넘는 환자나 BMI 27이 넘으면서 동반질환(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이상지질혈증 등)이 있는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되어 있다.

이 기준을 어긴다고 해서 당장 단속이나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비만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라 심사평가원의 심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허가 기준에 따르지 않고 약 처방을 하는 행위는 일명 ‘오프라벨 처방’이라 불리며 논란의 대상이다. 항암신약을 비롯해 다양한 의약품이 허가 사항 외에 증상에 공공연히 처방되고 있어 단속은 느슨한 편이지만 약사법이나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은 여전하다. 한 의료인은 “내과나 가정의학과가 아니라더라도 비만약 처방에 대한 환자들의 문의가 많지만 병원에서는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BMI를 측정하고 기준에 맞게 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는 명백히 의료법 위반(제17조 1항)이며 약사법에 따라 약국에서 판매해야 한다.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나
그런데 의학적으로 비만이 아닌 환자에게는 비만치료제 부작용이 나타나기가 더 쉽다. 비만 환자와 달리 평소에 인슐린 저항성이나 식욕 조절 기능이 정상이므로 약물 치료가 오히려 저혈당이나 탈수 증세로 인한 담석증, 신장질환, 근육량 감소 같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기 쉽다는 것이다.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문제는 바로 ‘요요현상’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37개 비만약 연구(9341명 참가)를 메타분석한 결과 평균 39주간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의 월평균 증가 체중은 0.4kg으로 식이조절로 살을 뺀 사람들의 체중이 매달 0.1kg 증가한 것보다 요요현상이 4배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을 끊으면 다시 식욕이 돌아오면서 칼로리 섭취는 느는데 그동안 근육이 감소해 소비 에너지는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비만약 사용 환자에게는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 등을 권장하고 있다.

고은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기존의 펜터민, 토피라메이트같이 기존에 쓰던 경구용 약들이 뇌에 영향을 주는 것에 비하면 (GLP-1계열) 비만치료제 효과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1년 가까이 비만치료제를 써도 리바운드(체중 반등)된다는 점에서 에너지 소비를 지속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