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77년 도입한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체계를 49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한다는 소식이다. 전기가 남는 낮 시간대는 싸게, 부족한 저녁 시간대는 비싸게 요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전력 수요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태양광 설비가 급증해 한낮에는 전기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간대가 오후 6~9시로 바뀐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개편으로 국내 사업장 약 4만 개 중 95% 이상이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물론 업종별로 유불리는 있을 것이다. 24시간 가동하는 석유화학이나 낮 시간대 전기 사용이 많은 반도체·자동차 업계는 인하 효과를 보고, 심야시간대 공장 가동률이 높은 철강·시멘트 업계 등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요금이 오르는 업종에 대한 대책 마련은 물론이고 이참에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좀 더 낮춰줄 방안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비싼 편이다. 지난해 기준 ㎾h당 180원으로 중국(129원) 미국(112원)보다 훨씬 높다. 2022년 이후 산업용을 중심으로 일곱 차례나 요금을 올린 탓이다. 4년 만에 요금이 71%나 뛰었다. 우리 기업이 그만큼 불리한 원가 부담을 안고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다. “탈원전은 심각한 전략적 실수였다”고 반성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가장 먼저 꺼내든 건 산업용 전기요금 상한선을 낮추고 산업전기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일이다. 가파르게 치솟은 에너지 비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제조업 강국’ 독일을 저성장의 늪에 빠뜨린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지만 여전히 23조원의 누적 적자와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어 요금을 내릴 여력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정용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대신 그 부담을 고스란히 산업계에 전가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도 정치적인 고려로 기업에만 짐을 떠넘겼던 만큼 이제는 그 부담을 통 크게 덜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