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서 일본 여성을 사칭해 국내 남성에게 접근한 뒤 투자금 등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둔 한·중 연합조직인 이들은 로맨스스캠과 노쇼 사기 등을 벌이며 100억원대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5일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피싱 범죄 조직 두 곳의 조직원 49명을 검거하고, 이 중 3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로맨스스캠과 노쇼 사기 등 복합적인 수법을 동원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10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온라인에 떠도는 여성 사진을 도용해 라인 등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하고 무작위로 국내 남성에게 접근했다.
일본 여성을 사칭해 최소 1주에서 길게는 3개월간 친분을 쌓은 뒤 투자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2024년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가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1176건을 기록할 만큼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분이 깊어지면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쌓인다”며 이른바 ‘코인 연애적금’ 가입을 권유하고 가짜 가상자산 적금 사이트로 돈을 넣으라고 유도했다. 일부 여성 조직원은 피해자와 연인처럼 통화하며 신뢰를 쌓기도 했다.
조직원의 국적은 주로 한국과 중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총책-총괄팀장-팀장-유인책’으로 이어지는 위계 구조를 갖췄으며, 가명을 사용하고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내부 통제 하에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받기도 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