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천하' 흔들리나…역대급 동맹 출범에 中도 '긴장'

입력 2026-02-25 16:37
수정 2026-02-25 17:02
AMD와 메타가 최대 6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AMD는 MI450 아키텍처 기반 커스텀 인스팅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6세대 에픽(EPYC) 중앙처리장치(CPU), 헬리오스 랙 스케일 아키텍처를 축으로 한 첫 1GW 물량을 올 하반기부터 출하한다. 이 플랫폼엔 ROCm 소프트웨어 스택이 적용된다.

업계 안팎에선 AMD가 메타에 최대 1억6000만주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는 AMD 전체 주식 가운데 약 10%에 해당한다. 메타의 실제 제품 매입 물량과 주가 등 조건에 따라 AMD 주식을 주당 0.01달러에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단계적으로 부여하면서 협업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되자 중국 등 경쟁국은 AI 인프라 패권 경쟁에서 자국 기업들이 불리한 환경에 처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AMD·메타, AI 인프라 협력…추론 중심 공급망 다각화AMD는 24일(현지시간) 메타와 6GW 규모 AI 인프로 공급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관련 업계에선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엔비디아 의존도가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날 "이는 메타가 컴퓨팅 자원을 다각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라며 "AMD가 향후 수년간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타는 지난 17일 엔비디아와 수백만장 규모의 GPU·CPU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과는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 공급 방안도 협의했고 자체 칩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MD와의 계약 체결과 동시에 나온 저커버스 CEO의 발언은 특정 기업 쏠림 현상을 의도적으로 낮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맷 브리츠먼 하그리브스 랜스다운 수석 주식 분석가는 "메타는 공급을 확보하고 단일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칩 부족으로 인해 AI 사업 확장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가 AMD를 끌어안은 또 다른 이유는 이번 계약이 '추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최근 경쟁 구도는 단지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GPU 전쟁'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추론 인프라가 데이터센터 투자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추론에 최적화된 MI450 칩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저커버스 CEO는 "효율적인 추론 컴퓨팅을 배포하고 개인용 슈퍼인텔리전스를 제공하기 위해 AMD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타는 파트너사들에서 공급받은 하드웨어를 '메타 학습·추론 가속기(MTIA)' 프로그램과 결합하고 있다. 中 '엔비디아 추격전' 주목…협상 구도 영향 전망도중국 매체들은 이번 계약을 'AMD의 엔비디아 추격전'으로 표현했다. 즈통차이징왕은 "이 파트너십은 AMD가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정면으로 경쟁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일부 투자자들이 AI 투자 거품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도 전 세계 하드웨어 지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계약을 '추격전'으로 묘사하는 중국 매체들 보도 방향과 관련해 "자국 기업들이 AI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울리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메타 입장에선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된다. 오픈AI의 경우 구글과의 TPU 계약 체결만으로 엔비디아 GPU 가격을 30% 낮게 협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메타도 AMD 계약 이후 엔비디아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칩+지분' 결합에 "자체 수요 창출 난항 가능성" 우려도이번 계약으로 AI 가속기 경쟁 구도는 칩 성능을 넘어 고객 맞춤형 '시스템 공급능력+소프트웨어 생태계+금융' 구조로 확장됐다는 평가다. 기술 측면에선 경쟁 축이 학습에서 대규모 추론으로 한층 더 고도화됐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에선 '칩 공급+지분'을 결합한 공급 방식이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브리츠먼은 "AMD에 있어 이번 인수는 차세대 AI 하드웨어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10%의 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은 AMD가 자체적인 수요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봤다.

대만 TSMC 생산 능력에 따라 마진이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T 매체 테크진은 "AMD·엔비디아 모두 TSMC에서 칩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 칩 제조사의 생산 능력이 결정적인 요소"라며 "공급이 제한적이라면 마진은 계속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타는 자체 추산을 토대로 올해 AI 인프라 투자 등 자본지출(CAPEX)이 최대 1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리사 수 AMD CEO는 "인스팅트 GPU, 에픽 CPU 그리고 랙 규모의 AI 시스템을 아우르는 이번 다년간의 세대 간 협력은 메타의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고성능, 에너지 효율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한 로드맵을 일치시켜 업계 최대 규모의 AI 구축을 가속화하고 AMD를 글로벌 AI 구축의 중심에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