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윤어게인, 저희가 있습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Threads)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이러한 내용의 '윤 어게인'을 외치는 계정이 잇따라 등장하는 가운데, 일부 계정이 여성들의 사진을 무단 도용해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젊은 여성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글을 올리는 방식이다. 단순한 정치적 표현을 넘어, 타인의 얼굴과 신분을 빌려 메시지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 계정은 20~30대 승무원, 인플루언서, 쇼핑몰 피팅 모델, 영화 평론가 등의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한 뒤, 해당 인물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적 발언을 게시하고 있다.
수영복 차림이나 승무원 유니폼, 골프웨어를 입은 사진과 함께 "윤 어게인 저희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정치 얘기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데 우리 손으로 뽑아놓고 왜 눈치 보냐. 난 윤 어게인이다" 등의 문구가 올라와 있다. 외형적으로는 실존 인물이 자신의 일상 사진과 함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인플루언서, 쇼핑몰 모델 사진 도용해 정치 메시지에 활용
25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일부 계정에서는 보다 노골적인 정황도 확인됐다.
한 계정에서 여러 사람의 사진을 번갈아 사용하거나, 프로필 사진 속 인물과 게시글에 올라온 사진 속 인물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포착됐다. 예컨대 프로필에는 특정 인플루언서의 사진이 걸려 있지만, 게시글에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의 사진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있었다.
또 일부 계정은 쇼핑몰에 게시된 모델 사진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면서 "태극부대들 저녁에 단디 입고 가요 멸공"이라는 정치적 문구를 덧붙이기도 했다. 상업용 이미지나 일반인 사진을 무단으로 활용해 특정 정치 메시지와 결합한 셈이다.
티빙 '환승연애2'에 출연자 성해은 씨의 승무원 시절 사진을 게시해 놓고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글을 올린 계정도 확인됐다. 방송 출연 이력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의 과거 사진을 정치적 메시지와 연결해 활용한 것이다. 해당 사진이 게시된 계정은 성씨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외국인을 사칭해 "애국보수", "윤어게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접근하는 계정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은 "좌파는 싫다", "우파끼리 소통하자"며 정치적 동질감을 강조해 팔로워를 모으고, 댓글이나 개인 메시지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특정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집단이라는 인상을 주며 신뢰를 쌓는 방식이다.
그러나 프로필의 '프로필 정보' 항목을 확인해 보면, 한국이 아닌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접속한 정황이 포착되는 사례도 있다. 외형상으로는 국내 이용자인 것처럼 활동하지만, 실제 접속 위치는 해외로 표시되는 경우다. 계정 생성 시점과 활동 패턴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 심리와 일부 이용자의 외로움·소속 욕구를 파고들어 계정을 키우려는 조직적 도용 사례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일반인의 사진을 도용해 친밀감을 형성한 뒤, 로맨스 스캠이나 불법 리딩방 등으로 유인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적 동질감을 미끼로 관계를 맺은 뒤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도용 게시물 캡처해 반박…피해자들 공개 대응
사진 속 당사자들은 해당 게시물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고,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 고소를 예고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문제의 게시물을 직접 캡처해 올리며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다", "사진을 도용당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한 피해 여성은 "정치 이슈에 사진을 도용당한 게 너무 어이없다. 경찰서에 가겠다"며 "세상에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사진 도용이 범죄라는 걸 모르는 건가. 정치적 신념은 혼자 간직하시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친구 사진을 도용하면서 우파 행세를 하고 있다. 신고해 달라"며 "제 사진을 도용해 사기를 치고 있으니 속지 말라. 극우들 정말 애쓴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도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정치적 성향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칭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극우 단톡방에 위장 잠입 중인데 어마어마하다. 스레드나 인스타에 가짜 우파 계정을 하루에도 몇 개씩 만들어 돌린다고 자랑한다더라", "쇼핑몰 사진을 도용해 젊은 여성 이미지를 우파에 가져다 쓰려는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놨다.◇초상권·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
법조계는 타인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행위가 초상권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사칭, 형법상 업무방해 등의 책임이 문제 될 소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치적 메시지와 결합할 경우,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를 왜곡하거나 직업적 신뢰를 훼손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지수 여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타인의 사진을 허락 없이 도용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침해 경위와 손해 범위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일반인의 경우에도 1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정치적 발언과 결합해 이미지가 왜곡됐다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가 더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초상권 외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침해, 성명권·명예권 침해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법원은 인스타그램 이용약관에 '사용자 콘텐츠를 다른 사용자가 검색·조회·사용·공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더라도, 이를 영리적·정치적 목적까지 포괄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의 이름·사진·신분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 역시 법에서 규정한 '스토킹행동' 유형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여지도 있다.
박재훈 화이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의 이름, 사진, 신분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승무원이 아닌데 승무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게시글을 올리는 경우처럼,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