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성' 유혹에 홀라당 넘어간 한국 남자들…100억 털렸다

입력 2026-02-25 13:46
수정 2026-02-25 14:01


일본인 여성을 사칭해 한국인 남성들에게 접근하고 이후 ‘연애 적금’을 들자며 남성들을 꼬드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스님을 사칭해 대리구매를 유도하는 등 범행 수법을 수시로 바꿔가며 약 100억원을 챙긴 캄보디아 거점 피싱 조직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한 피싱 조직 2곳을 적발해 조직원 총 49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한국인 총책을 국내 송환해 구속했으며 중국인 총책도 현지에서 검거돼 국내 송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본인 여성에 스님까지 연기'…범행 수법 '갖가지'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로맨스 스캠·노쇼·기관 사칭 사기 수법으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10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A 조직은 일본인 여성인 척 피해자들에게 라인(LINE)등 SNS로 접근한 뒤 최소 1주에서 최대 3개월 동안 친분을 쌓아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로맨스 스캠 범죄를 벌였다. 해외 유명 쇼핑몰과 유사하게 만든 가짜 사이트에 투자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이고, 초기에는 실제로 소액 수익을 지급해 신뢰를 형성했다. 이후 피해자가 고액을 투자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출금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약 23억2000만원 가로챘다.

이후 범행 수익을 높이기 위해 코인 연애적금을 들자며 가짜 가상자산 적금 사이트로 유도해 가상자산을 송금하게 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약 1억1000만원을 뺏었다. A조직은 지난해 10월 경찰에 적발돼 조직이 와해한 이후 노쇼 사기로 범행 수법을 아예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노쇼 사기는 대학 교직원이나 스님 등을 사칭해 업체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수천만원 규모 물품 구매 계약을 할 것처럼 소상공인을 속인 뒤 '항온항습기', '제습기', '공기압축기'등 특정 물품을 정해진 업체에서 대신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고 대금을 가로채 약 5억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스님과 대학 교직원의 이름을 사용하고 명함, 사업자 등록증, 물품 보증서 등을 조작해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명의 도용됐다"...포털 전화번호로 걸어도 범죄자로 연결돼B 조직은 검찰·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중국인 총책이 확보한 연락처를 바탕으로 무작위 피해자들에게 카드가 배송되었다고 먼저 전화를 걸고, 피해자가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다시 전화를 걸어 오면 고객센터 상담원인 척 행세하며 명의도용 피해를 구제해준다며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 'Anydesk' 등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일당은 두 가지 역할로 나누어 한쪽에서는 피해자들에게 허위 공문서를 전송하며 검찰 직원을 사칭해 '전 재산을 몰수하겠다'고 협박하고, 다른 쪽에서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도움을 줄 테니 현금과 수표, 골드바 등을 전달하라며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으로 약 75억3000만원을 가로챘다. 악성 앱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금융감독원, 검찰청 등의 번호를 확인해 전화를 걸어도 범죄조직으로 전화가 연결되는 '강제 수신 강제 발신' 수법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직은 해외 총책 아래 한국인 총책, 총괄팀장, 팀장, 유인책으로 이어지는 위계 구조를 갖추고 운영됐다. 조직원들은 가명을 사용하고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는 등 엄격한 내부 규율 아래 생활했으며, 범행 성공 시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조직원의 약 42%는 한국인 총책의 지역 선후배 관계로 모집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에이전시 22명, 인터넷 광고 3명 등이었다. 경찰은 일부 조직원이 범행의 불법성을 인지하거나 의심했음에도 고수익 기대 때문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범행에 가담하더라도 반드시 검거되고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된다”며 “쇼핑몰 구매대행 부업이나 코인 투자 등을 권유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