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될 줄 알았는데 '반전'…대기업도 앞다퉈 '풀베팅' [테크로그]

입력 2026-02-25 14:00
수정 2026-02-25 17:14

한때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로 불렸던 '서브컬처'(비주류 문화) 장르 게임이 국내 게임업계의 주류 전략 장르로 올라섰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이른바 '3N'을 비롯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앞다퉈 서브컬처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흥행 사례가 쌓이며 서브컬처가 대형사도 외면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커져서다. "서브컬처는 더 이상 '서브(Sub)'가 아니다"라는 평가가 중론이 됐다.조 단위 흥행이 불러온 대형사들 '러시'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서브컬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선 작품들의 대흥행이 '보증수표'가 된 셈.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2022년 출시 이후 약 2년3개월 만에 누적 매출 약 1조500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엔 1668억원을 벌어들였다. 넥슨 '블루 아카이브'는 2021년 출시 후 3년간 총매출 5억달러(약 7350억원)를 기록했다.

서브컬처 흥행의 시발점으로는 중국 호요버스의 '원신'이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게임 시장 연평균 성장률(CAGR)이 5.2%, 모바일 게임이 7.8%에 그친 반면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16.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서브컬처 게임 매출 비중은 2015년 6%에서 지난해 12%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크로스에 따르면 글로벌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2025년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에서 2033년 153억달러(약 22조원) 규모로 연평균 15%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는 일반 캐주얼 장르 대비 MAU(월간 서비스 사용자 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ARPU(이용자 1인당 평균 결제액)가 높아 퍼블리셔 입장에서 수익성이 뛰어난 캐시카우"라고 말했다.3N의 서브컬처 원정 과거 MMORPG 중심 전략을 고수하던 대형사들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자사가 퍼블리싱하는 애니메이션 액션 RPG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올해 글로벌 출시한다. 엔씨가 370억원을 직접 투자한 이 게임은 MMORPG 명가가 서브컬처에 정면 도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넥슨은 '블루 아카이브'를 제작한 IO본부의 개발 노하우를 담은 서브컬처 신작 '프로젝트 RX'를 개발 중이다.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고품질 3D 그래픽과 미소녀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생활 콘텐츠,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또한 중국 서브컬처 강자 만쥬게임즈가 개발한 '아주르 프로밀리아'의 국내 퍼블리싱 계약도 넥슨이 체결했다.

넷마블은 인기 IP(지식재산권) '몬스터길들이기'에 서브컬처 장르를 결합한 '몬길: 스타 다이브'를 올해 상반기 멀티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 사전 등록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인기 애니메이션 원작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도 오는 3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장수 서브컬처 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 등도 국내 서비스 8주년을 넘어 순항 중이다.

이 밖에도 웹젠은 지난 1월 액션RPG '드래곤소드'를 출시했고 NHN '어비스디아', 카카오게임즈 '프로젝트C', 위메이드커넥트 '노아' 등 걸출한 서브컬처 신작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스마일게이트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육덕의 왕'이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혈라' 김형섭 아트 디렉터(AD)를 앞세운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팬덤은 캐릭터 감정선과 해석에 깊게 몰입하는 특성이 있어 단순 게임 수익을 넘어 굿즈·이벤트·커뮤니티로 연결되는 장기 생태계 확장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지스타 대신 AGF"…마케팅 지형도 급변대형사들의 서브컬처 행보는 오프라인 행사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열린 'AGF 2025(Anime X Game Festival)'에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3N이 동시 참가했다. 이는 3N이 동시에 참가한 첫 서브컬처 행사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반면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같은 시기 부산에서 열린 전통의 국내 대표 게임 박람회 '지스타 2025'에는 불참했다.

더욱이 AGF는 기존 양일 개최에서 금·토·일 3일 개최로 확장하며 관람객 1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년(7만2081명) 대비 약 40% 성장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서브컬처 오프라인 행사가 단순 팬 미팅을 넘어 게임사들의 핵심 마케팅 무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서브컬처 마니아들을 '덕후'라며 조롱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과연 서브컬처를 더 이상 '서브(Sub)'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