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DGIST, 치매 유발 ‘카멜레온 단백질’ 분석 정밀 검사기 개발

입력 2026-02-25 09:41
수정 2026-02-25 09:42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양성광, 이하 KBSI) 이영호 박사 연구팀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총장 이건우, 이하 DGIST) 뇌과학과 유우경·뉴바이올로지학과 김진해 교수 연구팀과의 협업을 통해, ‘무정형 단백질(Intrinsically Disordered Proteins, IDP)’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인체 단백질의 약 3분의 1은 마치 흐물거리는 실타래처럼 특정한 구조나 형태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정형 단백질’이다. 이러한 단백질들은 세포 내 신호 전달 등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변형되거나 뭉치게 될 경우 치매로 대변되는 알츠하이머·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 및 이형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 된다. 하지만 워낙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탓에 다양한 질환 발생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변형 기전을 밝혀내는 데에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해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과 실제 실험 데이터를 결합하는 최적화 융합 전략을 수립했다. 연구팀은 먼저 인공지능(AI) 모델과 고도의 시뮬레이션, 단백질 정보 은행(이하 PDB)의 구조에 관련된 정보를 활용해 단백질이 가질 수 있는 수만 가지의 구조적 후보군을 생성했다.

이후, 실제 실험을 통해 얻은 핵자기공명분광학(이하 NMR) 데이터를 이 후보군에 대조하여 실제 단백질 상태에 가장 근접한 구조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최대 엔트로피’ 기법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이 아주 짧은 순간만 형성하는 중간 단계의 구조까지 정확하게 식별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KBSI 이영호 박사 연구팀의 정밀 NMR 실험 데이터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체나 결정상태가 아닌 용액상태 단백질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KBSI의 정밀한 NMR 데이터는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실제 단백질의 물리적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 검증하고 피드백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연구팀은 온도나 유전자 변이에 따라 단백질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DGIST 유우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DGIST의 슈퍼컴퓨팅 AI 교육연구센터의 계산 자원과 고도화된 계산 과학 기술과 KBSI의 세계적인 정밀 분석 인프라와 분석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거둔 값진 성과”라며, “그동안 분석이 불가능했던 무정형 단백질의 구조적 비밀을 규명함으로써, 향후 치매 등 난치성 질환의 발병 기전을 이해하고 이를 제어하는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분석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BSI 이영호 박사는 “향후 DGIST와의 지속적 협업을 통해 무정형 단백질과 질환 단백질을 타겟으로 한 구조 연구 툴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와 함께 세계 3대 PDB인 PDBj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PDB(PDBj in Korea)’를 구축해 고정된 3차원 구조가 없는 무정형 단백질의 구조 아카이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본 연구결과는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GIST 전주형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DGIST 유우경 · 김진해 교수와 KBSI 이영호 박사가 공동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연구 결과는 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2월 16일 게재되었다.

한경비즈니스 온라인뉴스팀 기자 biz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