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진다" 결사반대하더니…강남도 결국 백기 든 이유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

입력 2026-02-26 07:00
수정 2026-02-26 08:50
[집코노미 프리미엄 콘텐츠-집 100세 시대]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에서 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서울시가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데이케어센터(주간돌봄센터) 등을 핵심 공공기여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과거 이른바 '노치원(노인+유치원)'으로 불리며 기피 시설로 치부되던 노인복지시설이 이제는 재건축 사업의 빠른 인허가를 위한 필수 시설로 꼽히면서 주민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강남권도 먼저 기부채납 수용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인복지시설을 적극 수용해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한 대표적인 단지는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다. 이 단지는 기존 576가구를 지하 6층~지상 49층, 4개 동, 총 912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단지는 서울시의 정책 기조에 맞춰 선도적으로 주야간 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와 방문요양 서비스 시설을 품기로 결정했다.

데이케어센터는 보통 낮 시간대에만 이용하는 '통원형 노인복지시설'이다. 이용자가 거주하지 않고 왕래하는 방식이라 필요 면적이 크지 않은 게 특징이다. 인근 주민 역시 24시간 운영되지 않는 데이케어센터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 단지는 노인복지시설 설치를 빠르게 결정하면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자문 심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공공기여를 통해 노인 전용 돌봄 시설을 조성해 운영 중인 곳도 있다. 은평구 수색13구역을 재개발한 'DMC SK뷰 아이파크포레'는 단지 내에 '시립은평 실버케어센터'를 운영 중이다. 설치 전 주민 우려와 달리 별다른 불편 사항이 생기지 않고 주민 만족도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 단지와 복지 시설이 공존하는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급화 재건축을 원하는 강남권 단지도 최근 노인복지시설 설치에 적극적이다. 강남구 일원동의 청솔빌리지와 한솔마을은 종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의 일환으로 각각 요양원 성격의 상주형 '실버케어센터'와 통원형 '데이케어센터'를 단지 내에 조성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표적인 님비(NIMBY) 현상의 대상이었던 노인복지시설이 이제는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필수 기반 시설로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도심 내 고령자 복지 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걸고 원칙 대응을 예고한 만큼, 향후 인허가를 앞둔 정비사업장들도 기부채납을 통한 노인복지시설 설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제는 노치원이 재건축 상수”도심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과정에서 노인복지시설(데이케어센터 등) 도입을 확대한 것은 신통기획이 본격화한 2023년부터다.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과 층수 제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노인요양시설을 핵심 공공기여(기부채납) 항목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주민 사이에선 반대가 거셌다. 2024년 강남구 대치 미도아파트는 재건축에 앞서 노인복지시설 설치를 요구받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외부인 출입에 따른 보안 문제와 단지 가치 하락이 주유 반대 이유였다.

서울시는 노인복지시설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관련 시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190만명까지 늘었다. 전체 인구의 20%를 웃도는 수치다. 2030년에는 23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돌봄 수요를 감당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강남권은 유휴 부지가 없어 시 예산만으로 새로운 요양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마다 노인복지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정비업계에서도 이제는 노인복지시설 기부채납을 피할 수 없는 '상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도심 내 유휴 부지가 사실상 고갈된 상태에서,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은 지역 사회에 필요한 공공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며 “주민도 이제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되 용적률 상향 등 확실한 인센티브를 챙겨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