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걷고 뛰는 활동을 돕는 이른바 ‘입는 로봇’이 국내에 상륙했다.
서비스로봇 선도기업 브이디로보틱스는 24일 서울 명동에서 ‘하이퍼쉘 국내 론칭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웃도어 퍼포먼스 웨어러블 기기인 ‘하이퍼쉘(Hypershell)’을 공식 출시했다. 국내 독점 총판을 맡은 브이디로보틱스는 마케팅·영업·유통·사후서비스(AS)를 전담하며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함판식 브이디로보틱스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퍼쉘을 소개하며 “2022년 2월 24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날이지만, 오늘은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기술이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날”이라며 “하이퍼쉘이 아웃도어 시장에 긍정적 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빙·물류·청소에서 웨어러블로…로봇 사업 확장
브이디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서빙 로봇 ‘푸두봇’을 상용화하며 서비스로봇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다. 쿠팡 등 주요 기업에 물류·청소 로봇을 공급했고, 2024년 청소 로봇 ‘클리버’를 출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이날 공개된 ‘하이퍼쉘X 시리즈’는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보행 패턴과 지형을 인식해 필요한 순간에만 힘을 보조한다. 10초가량 걸으면 보폭과 힘을 학습하고,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점진적으로 최적화된다. 착용한 뒤 사용자가 더 빠르고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게 주된 특징이다.
하이퍼쉘은 2021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글로벌 소비자용 외골격(웨어러블 로보틱스) 기업이다.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과 기술의 조화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100건 이상의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누적 3만 개 이상 하이퍼쉘 판매 데이터를 확보했다.
회사가 하이퍼쉘을 소개하며 제시한 키워드는 ‘퍼포먼스 웨어러블 시대의 개막’이다. 함 대표는 “2026년은 모든 사람이 더 적은 힘으로 더 많이 이동하길 원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액티브 시니어와 아웃도어 인구 증가, 보행형 노동 수요 확대에 맞춰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1.8㎏에 1000W 출력, 8시간 등산 왕복도 ‘거뜬해’
하이퍼쉘은 제품별로 기능을 차별화해 일상 보행부터 트레킹·러닝까지 폭넓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최상위 모델 ‘울트라(Ultra)’는 배터리 제외 1.8㎏의 초경량 무게에 최대 1000W 출력을 제공한다. 배터리당 최대 30㎞ 이동이 가능하며, 최고 시속 25㎞까지 보조한다. 체력 소모를 최대 39%까지 줄여주고, 심박수 감소 효과(최대 42%)도 확인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영하 20도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다.
등산 유튜브 채널 ‘산속에 백만송희’를 운영하는 백송희 씨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제주도 한라산 등산 당시 ‘하이퍼쉘’의 울트라(Ultra) 제품을 착용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산에 오를 때보다 하산 때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이 컸는데 하이퍼쉘 울트라 제품은 인공지능(AI)이 착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하산 시 다리를 자연스럽게 들어 올렸다 내려줘 사뿐히 발을 내딛도록 도왔다”며 “마치 휴대용 케이블카가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차상위 모델인 ‘카본(Carbon)’과 ‘프로(Pro)’는 2㎏에 최대 800W 출력과 최대 보조 시속 20㎞를 지원하며 체력소모를 30%까지 줄여준다, 보급형 모델인 ‘고(Go)’는 400W 출력으로 시속 12㎞까지 보조하며 체력소모를 20% 감소시킨다. 가격은 고 모델이 149만원, 프로가 199만원, 카본이 289만원, 울트라가 329만원이다.
정원익 브이디로보틱스 부사장은 “1950년대 군사용 외골격은 무게·배터리·모터 한계로 상용화에 실패했다”며 “하이퍼쉘은 프레임 소재 혁신과 고출력 모터(울트라 1000W)로 기존 400W급 제품과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무릎 보호·계단 하강 보조”…아웃도어 최적화
하이퍼쉘은 특히 계단이나 하산 시 무릎 부담을 줄여주는 하강 보조 기능이 강점으로 꼽힌다. AI가 착용자의 무게와 속도를 계산해 보조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다만 배드민턴처럼 민첩성과 순간 방향 전환이 중요한 스포츠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러닝 기록 단축을 위한 장비라기보다, 저강도 유산소 구간에서 더 오래 운동하도록 돕는 ‘운동 지속성 강화’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정 부사장은 “저강도 구간에서 지방 연소를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직접 하이퍼쉘을 착용하고 계단을 걸어보니 무릎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제품이 다리를 들어 올려주는 느낌이 들었다. 계단을 내려올 때도 무릎을 잡아줘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았다. 오르막길을 뛸 때 역시 내 다리를 하이퍼쉘이 잡아 올려줘 부담 없이 앞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오르막길을 달릴 수 있었다.
○올해 3750대 판매 목표…건설·산림 분야 확장
국내 소비자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브이디로보틱스가 이달 4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와디즈 프리오더에서 1억원 이상을 유치하며 목표 대비 3721%를 달성했다.
회사는 올해 3750대 판매, 내년 누적 1만 대, 2028년까지 3년간 누적 2만대·매출 4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온라인 자사몰과 네이버·쿠팡, 복지몰, 백화점·대형마트 가전 매장 등 온오프라인 채널을 병행하고, 편의점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마케팅도 확대할 방침이다.
브이디로보틱스는 기존에 웨어러블 로봇이 의료와 재활에만 초점을 뒀다면 이를 걷기와 달리기 등 야외운동과 등산 등 레저활동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 국민 10명 중 6명이 운동을 즐길 정도로 아웃도어 활동 참여율이 압도적이다. 특히 50만~100만원 이상인 가민(GARMIN) 스포츠 워치와 60만원이 넘는 카본 러닝화를 신을 정도로 하이테크·프리미엄 장비 등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도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을 높게 본 이유다.
브이디로보틱스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외에도 건설 현장, 산림청 등 기업 간 거래(B2B)·기업과 공공 간 거래(B2G)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반복적 육체노동 부담을 줄이고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00만~300만원대의 고가라는 지적으로 인해 ‘렌털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함 대표는 “웨어러블 특성상 잔존가치 산정이 어렵고 국내 렌털사 취급 구조도 미비해, 대신 할부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퍼쉘은 글로벌 아웃도어 외골격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라며 “국내에서는 회사 자체 AS망인 ‘브이디프렌즈’를 통해 사흘 이내 수리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웨어러블 로봇이 더 이상 의료·재활 보조기기가 아니라, 운동과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하나의 퍼포먼스 장비이자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이 될 것”이라며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