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법 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한 ‘사법개혁 3법’의 본회의 처리 수순에 들어가자 대법원이 전국 법원장을 긴급 소집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3개 법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혀 온 만큼 사법부 차원에서 더 강경한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위헌 우려” 공개 반발한 조희대24일 법조계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린다. 법원장회의는 규칙상 매년 12월 정기적으로 개최되지만, 필요에 따라 임시회의가 소집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2월 정기회의가 열린 지 두 달여 만에 전격 소집됐다. 의장인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민주당이 추진 중인 3대 사법개혁안에 대해 각급 법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직전 회의에서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 왜곡죄 신설법에 대해 “재판의 중립성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강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대법원이 자체 제정한 예규 내용을 반영해 재판부 구성 방식을 법원에 맡기는 쪽으로 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최종 내용을 손질했다.
민주당은 법 왜곡죄의 위헌 논란을 의식해 작년 12월 수정된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우선 처리했다. 법 왜곡죄 도입안은 재판소원 도입법, 대법관 증원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3대 개혁안에 대해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개헌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고 국민에게 직접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에도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재판소원 두고 헌재와 극한 대립3대 개혁안 중 사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재판소원 도입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헌법소원심판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해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일지라도 헌법재판소가 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법원은 재판소원이 1987년 헌재가 신설됐을 때부터 헌법 해석 권한을 두 기관에 나눠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입장이다.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재가, 명령·규칙·처분의 위헌 여부는 대법이 심판하도록 한 헌법 107조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헌재의 심판 결과에 따라 대법원 판결이 취소될 수 있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과 같고, 이는 곧 법적 불확실성과 권리 구제 비용을 늘리는 ‘소송 지옥’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헌재는 법원과 견해를 달리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재판에서 다뤄진 헌법 해석에 한해 보충적·예외적으로 권리를 구제하는 절차여서 4심제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게 헌재 입장이다. 헌법소원 대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재판은 30일 이내에 각하하도록 규정돼 있어 소송 장기화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헌재는 주장한다.
법원은 법 왜곡죄 역시 법리 왜곡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이 주관적인 탓에 불필요한 고소·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반대하진 않으나 대법원으로 인력이 쏠려 사실심 재판 역량이 약화되는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