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권뿐만 아니라 경기 성남·안양·과천 등지에서도 아파트 매물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등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 강화 발언을 잇달아 내놓자 ‘절세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3132가구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달 23일(2002가구)에 비해 56.4%(1130가구)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정구 매물은 583가구에서 806가구로, 중원구는 682가구에서 817가구로 늘었다. 성남에서만 최근 한 달 새 매물이 1500가구 쏟아진 것이다.
“단지별로 다주택자 매물 3~4가구가 나오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분당구 야탑동 ‘장미마을 8단지 현대’(2136가구·1993년 준공)는 최근 한 달 새 매물이 23가구에서 66가구로 급증했다. 이 단지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매물은 대부분 다주택자 보유분”이라며 “서울에 거주하는 집주인이 물량을 내놓으면서 호가도 조금씩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권 다른 규제지역도 매물 증가세가 뚜렷하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5월 9일까지 다주택자가 서둘러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안양 동안구는 아파트 매물이 지난달 23일 1830가구에서 이날 2708가구로 47.9% 증가했다. 최근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과천은 같은 기간 341가구에서 465가구로 36.3% 늘었다. 하남(1257가구→1666가구·32.5%), 용인 수지구(2850가구→3761가구·31.9%), 광명(1672가구→2077가구·24.2%), 의왕(1577가구→1860가구·17.9%), 수원 영통구(3073가구→3550가구·15.5%) 등도 매물이 크게 불어났다. 경기 지역 매물 증가 상위 10곳 모두 규제지역이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는 큰 폭으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지난달(124)보다 16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기 전인 지난해 4월(108) 수준으로, 주택가격전망지수 장기 평균치인 107에 근접한 수치다. 낙폭도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컸다. 2022년 7월과 2020년 4월, 2017년 8월에도 각각 16포인트 떨어졌다.
이흥후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최근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면서 심리지수가 큰 폭으로 악화했다”며 “소비자의 하락 기대가 실제 수급에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부동산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강진규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