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4년, 밤샘 포성 계속…우크라 재건비용 5880억달러 '눈덩이'

입력 2026-02-24 17:29
수정 2026-02-25 01:3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에도 양측은 조금도 물러섬 없이 공세를 지속했다. 미국 중재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뚜렷한 휴전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자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예상 비용은 5880억달러(약 848조원)까지 불었다. ◇러·우크라 밤새 ‘맞불 공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러시아 드론은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의 화물 운송 보관 구역에 있는 민간 물류 시설과 항만 인프라를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트럭에 불이 나면서 민간인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물류 거점인 오데사 지역은 러시아의 집중 공격 대상이다. 우크라이나 업계에 따르면 오데사 항구의 수출 능력은 전쟁 이전과 비교해 최대 30%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부 자포리자에서도 산업 시설이 러시아 드론의 공격을 받아 1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공격했다. 러시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에너지 인프라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 인근 주택의 전기·난방 공급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남부 전선에서 400㎢ 영토의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만 4년에 이르렀지만 전쟁이 끝날 조짐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양국 종전안을 논의하는 3자 협상은 이번 주말 네 번째로 열릴 전망이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다음 3자 협상 시기를 묻는 말에 “이번 주말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다노우 비서실장은 이번주 추가 포로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전보다 교환 규모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인 사상자만 170만 명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두 번째 3자 협상이 열린 지난 5일 각각 157명의 전쟁 포로를 서로 교환했다. 양측은 작년에도 협상을 통해 세 차례 포로 교환에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차기 3자 협상이 이르면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7∼18일 제네바에서 세 번째 종전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도네츠크·루한스크(돈바스 지역) 영토 소유를 두고 양국 대치 국면은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뺏기지 않은 동부 돈바스 지역까지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휴전할 경우 현재 전선 기준으로 동결하자며 맞서고 있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C) 등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의 민간인 사상자는 5만 명이 넘는다. 양측 군인 사상자는 17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는 작년 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2022∼2024년 연평균과 비교해 13% 줄었다고 밝혔다. 작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재정 지원도 이전 3년 평균과 비교해 5% 감소했다. 작년 한 해 전쟁을 피해 외국으로 떠난 우크라이나인은 590만 명에 달했다.

세계은행(WB)과 우크라이나 정부, 유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약 10년간 5880억달러로 추산했다. 작년 추산한 비용보다 12% 늘어났다. 보고서는 “복구·재건 필요 비용이 계속 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세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EU의 우크라 지원 차질EU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던 900억유로(약 154조원) 규모 대출 지원과 대러시아 추가 제재안은 헝가리 반대로 발목을 잡혔다. EU는 전날 브뤼셀에서 회원국 외무장관이 모여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긴급 대출금 지원, 러시아 원유 수출을 뒷받침하는 해상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제20차 러시아 제재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하지만 친러시아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공급받는 헝가리는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가 송유관을 가동하지 않아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공격으로 송유관이 파손돼 가동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송유관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가 정치적 목적으로 공급 재개를 지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EU 외무장관 회의를 주재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리가 원치 않던 후퇴”라며 “그 일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