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법 301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 핵심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수퍼 301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수퍼 301조(Super 301)는 현재 효력을 상실한 과거의 법 조항으로, 트럼프 정부가 쓰려고 하는 무역법 301조(Section 301)와 다르다. 미국은 1974년에 제정된 무역법 301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1988년 종합무역경쟁력법(OFTCA)을 제정하면서 이 법에 수퍼 301조라는 이름을 붙였다.
수퍼 301조는 미국 상품의 수출을 막는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는 무역법 301조와 동일하지만, 훨씬 강력했다. 목표로 삼은 우선협상대상국을 지정해서 일정 기간 내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관세 인상, 수입 제한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 부문의 제소 없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자체적으로 통상관행 전반을 평가해서 국가 자체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1988년 도입 당시부터 2년만 효력을 갖는 한시적 조항이었다. 당시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컸던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측면이 있었다.
일몰에 따라 일단 퇴장했지만, 수시로 다시 불려나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행정부 시절인 1994년부터 2년간, 1999년부터 2년여간 행정명령을 통해 이 조치가 부활했으나 2001년 이후에는 효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무역 분쟁을 해결하는 체제를 추진하면서 수퍼 301조를 쓸 명분이 없어진 탓이 컸다. 한국도 농산물이나 이동통신 시장 개방 문제로 미국의 수퍼 301조 적용 위협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이외에 ‘스페셜 301조’라는 표현도 있다. 스페셜 301조는 수퍼301조가 태어난 1988년 입법 과정에서 함께 통과된 규정이다. 소프트웨어나 문화 콘텐츠 등에 대한 도용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역법 체계에 지식재산권(IP) 관련 조사를 해마다 하도록 하는 조항(무역법 182조)이 추가됐다. 이것의 별칭이 스페셜 301조다. 실제로 301조는 아니지만, 수퍼 301조의 탄생과 함께 했고 지금도 무역법 301조와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시리즈로 ‘301’이라는 별칭이 붙게 됐다.
USTR은 스페셜 301조에 따른 조사를 현재도 하고 있다. 조사 결과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공식 조사가 시작된다.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사실이 뚜렷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무역법 301조에 따라 관세나 수입제한 등 여러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USTR이 지난해 4월 발표한 ‘2025 스페셜 301조 보고서’는 중국과 인도 등 26개국을 대상국으로 지목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