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들이 출연하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운명전쟁49' 제작진이 순직자 모독 논란에 2차 사과문을 발표했다.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의 사인을 맞추는 미션을 진행해 유족들의 반발이 일어난 데 이어 순직 경찰관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칼빵'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다.
'운명전쟁49' 제작진은 24일 "프로그램에 등장한 순직하신 분들을 추모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프로그램상 무속인 출연자가 고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점사를 보던 중 부적절한 언어와 묘사가 등장한 부분에 대해서 순직하신 분들, 상처받으셨을 유가족분들, 동료분들 그리고 이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제작진은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전에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사죄드리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후 방송 제작 전반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내부 검토 및 제작 프로세스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운명전쟁49'는 무속인들이 고인의 정보를 단서로 사망 원인을 맞히는 미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2004년 강력 사건 피의자를 검거하던 중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故) 이재현 경장,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철홍 소방교의 정보를 미션 소재로 사용해 논란이 불거졌다.
방송 후 김 소방교의 조카는 "제작진이 영웅이나 열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취지라고 설명해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제작진은 "촬영에 앞서 유가족께 본 프로그램이 점술가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며, 사주를 통해 고인의 운명을 조명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설명해 드리고 가족분의 서면 동의를 받아 초상, 성명, 생년월일시를 사용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고인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갖고 명복을 빌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가족 및 친지들 가운데 사전 동의 과정에 대해 방송 이후에야 전달받은 분이 있으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계속해서 설명해 드리고 오해도 풀어드리겠다"며 "많은 분의 지적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청자와 당사자 모두의 이해와 공감을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 또 논란은 더 거세졌다. 순직 경찰관인 이 경장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칼빵'이라는 비속어까지 썼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한 무속인은 "이분한테 붕대가 먼저 보였다"며 "흔히 칼 맞는 걸 '칼빵'이라고 하지 않냐"고 말했다. MC를 맡은 전현무는 출연자들의 추리 정확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제복을 입었고 '칼빵'이다. 너무 직접적"이라고 발언했다. 가수 슈퍼주니어 소속 신동도 "(칼빵) 단어가 너무 좋았다"고 말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에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제복 입은 영웅의 숭고한 희생을 예능의 가십으로 전락시킨 방송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경찰직협은 "범인 검거 중 순직한 공무원의 희생을 '칼빵'이라는 저속한 은어로 비하하고, 이를 유희의 소재로 삼은 출연진과 제작진의 몰상식한 행태에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안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직 공무원의 헌신은 우리 사회가 영원히 기억하고 예우해야 할 지고지순한 가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매체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채, 고인의 명예를 난도질하고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14만 경찰 공무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숭고한 희생에 대한 저질스런 희화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전현무의 발언과 관련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 연예인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부적절한 발언에 동조하며 즐거워한 모습은 공인으로서의 자격 미달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들의 헌신을 조롱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누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전현무 소속사 SM C&C는 "방송에서 사용된 일부 표현으로 인해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어떠한 맥락이 있었더라도 고인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전현무는 출연자 발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를 그대로 언급했고 표현의 적절성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 그로 인해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하지 못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방송을 시청하면서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도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보다 엄격한 기준과 책임감을 갖도록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