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관행적으로 금융위원회 전·현직 인사가 맡은 금융권 내 고위 요직이 최근 '비(非) 금융위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내부 인사 사이에서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제·금융 유관기관 요직 인사에서 금융위 출신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신호탄은 금융감독원 임원인사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4일 이세훈 수석부원장을 유임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출신이긴 하지만, 금융위의 다른 새 고위급 인사가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금융위 안팎에서 제기됐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에는 이 대통령 사법시험 동기(28회)인 김성식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지난 1월 발탁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예보 사장직은 그간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주로 기재부나 금융위 등 관료 출신이 맡는 경향이 있었다. 직전 유재훈 사장도 기재부와 금융위를 거친 인물이다.
과거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 역시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내고 예보 사장으로 이동했고 김태현 전 사장도 금융위 사무처장까지 지낸 뒤 예보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예보 사장 공개모집에서 금융위 출신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성장경제비서관(옛 경제금융비서관)도 마찬가지다. 금융위나 기재부 1급 출신이 발탁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비(非) 경제관료인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중용됐다.
카드사 업권 협회인 여신금융협회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포착됐다. 여신금융협회는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하고 있다. 정완규 협회장과 직전 김주현 전 협회장 모두 금융위 고위직 출신이다. 하지만 비관료 출신이 잇따라 자리를 채우는 현 정부 인사 기조 아래 금융위 출신은 하마평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는 흐름이다.
금융위 직원의 사기도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다. 새 정부 출범 후 금융 공공·유관 기관장 인사에서 내부 출신이 낙점된 사례가 없어서다. 보직 없이 대기 중인 금융위 고위급 출신 인사가 속속 생겨나면서 고위직뿐 아니라 실무자 사이에서도 과거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은 (고위 인사들이) 갈 곳이 정해진 상태에서 사표를 내고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금융 유관기관 수장직에도 내부 출신 인사가 많이 발탁됐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직원도 갑갑해 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금융위 한 사무관은 "요즘 사무관들 분위기는 '조직이 더는 내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체념에 가깝다"며 "예전처럼 성실히 일하다 보면 갈 수 있는 보직이 이제 보장되지 않으니 향후 전망이 훨씬 불투명해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예탁결제원 차기 사장 인선 과정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금융위 출신 후보로는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전 금융정보분석원장),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금융위 상임위원),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전 금융위 사무처장) 등이 있다. 이순호 현 사장을 제외하면 예탁원 사장은 2013년 이후 세 차례 연속 금융위 출신이 맡았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