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9일로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피하기 위한 ‘절세 매물’이 늘면서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집값 상승세가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전셋값이 빠지고 있는 경기 과천이 가장 먼저 하락 전환하는 등 전세 수급이 매매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집값 불안을 잡으려면 전세시장 안정과 입주 물량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전세가 떨어지는 과천·송파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6일 기준) 기준 과천의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 대비 0.03% 하락했다. 과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2024년 5월 넷째 주(-0.07%) 이후 1년9개월(88주) 만이다. 지난해 10월 규제지역으로 묶인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 가운데 집값이 하락 전환한 곳은 과천이 처음이다.
과천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직후인 10월 셋째 주(20일 기준) 1.48%까지 치솟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1월 셋째 주 0.30%까지 올랐다가 0.25%→0.19%→0.14%로 상승폭이 좁아졌다.
단기간 가격 급등 피로감과 중과세 유예 종료에 따른 매물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전세가 하방 압력까지 더해지며 매매가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1월 상승을 멈춘 이후 15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 규제지역 중 전세가가 떨어지는 곳은 서울은 송파구, 경기에서는 과천이 유일하다.
지난해 6월 11억원까지 올랐던 과천자이 전용 59㎡ 전세가는 지난달 31일 9억30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달 14일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9㎡는 지난 13일 11억5000만원에 새로 전세세입자를 들였다. 지난해 하반기 13~14억원에 전세가 나가던 주택형이다. 인근 공인중개 관계자는 “작년 11월 과천주공 8·9단지, 5단지가 이주를 마무리하면서 수요가 줄어들자 전셋값이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입주물량이 많은 송파구도 전셋값이 지난달 말부터 하락하고 있다. 2월 둘째주 -0.14%까지 떨어졌다가 지난주에는 -0.13%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와 잠실 르엘(1865가구) 등 4543가구의 새 아파트가 연달아 입주하며 전월세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입주지정기간이 다음달 6일로 다가온 잠래아 전용 84㎡ 전세 시세는 입주 초기 16억∼18억원에서 최근 13억∼14억원선 선으로 하락했다.
이날 기준 송파구의 전월세 물량은 6542건으로 1년전 대비 75%가 늘었다. 과천 역시 두배 이상(103.6%)늘어난 279건이 시장에 나와 있다.실거주 규제에 입주물량 감소 ‘이중고’집값이 사실상 보합권(0.01% 상승)으로 들어온 강남구 역시 전셋값이 하향 안정세다. 2월 셋째 주 전세는 0.02% 상승하며 한 주 전(0.03%)보다 상승 폭을 더 줄였다. 시장에서는 전세가 약세와 매매물량 증가, 호가하락 등 추이를 감안하면 강남구 매매가 변동률이 이번 주 하락 전환 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송파구의 경우 매매가 상승률이 2월초 0.18%에서 지난주 0.06%로 3분의 1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는 수도권 집값이 하향 안정되려면 전세시장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가 떨어지지 않게 지지하는 하방 경직성이 커져서다. 반대로 전세가가 하락하면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위해 집을 내놓는 급매물이 늘어나며 매매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실거주 의무 강화와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세 공급이 늘어나기 힘든 구조라는 점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갭투자가 어려워져 전·월세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전셋값이 오를수록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어나 신규 매물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만 5054가구로 10년래 최저 수준이다. 서울이 2025년 3만 7178가구에서 2만 5967가구로, 경기는 같은 기간 7만 4760가구에서 6만 7024가구로 줄어든다. 이날 기준 서울 전월세 물량은 3만5904건으로 1년 전보다 21.7% 줄었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