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꽃 꺾어주던 자상한 남편…2명에 신장 주고 하늘로

입력 2026-02-24 10:27
수정 2026-02-24 10:28

업무 중 쓰러진 60대 가장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장기기증으로 2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2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7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이원희(66)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2명의 생명을 살린 뒤 숨졌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업무 도중 쓰러진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고인이 생전에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해둔 사실을 확인했다. 평소에도 "삶의 마지막 순간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자주 전해왔다고 한다. 유가족은 이 씨가 남을 돕는 따뜻한 사람이었던 만큼, 마지막 길 역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이 씨는 좌우 신장(콩팥)을 각각 기증해 2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충남 천안에서 3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밝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건축자재 관련 회사를 20년 넘게 운영했다. 매일 새벽기도를 나갈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드럼과 색소폰 연주, 탁구 등 다양한 취미를 즐겼다. 가족들은 그를 '주변 사람들에게 늘 즐거움을 주는 유쾌한 사람'이자 '정원에 핀 꽃을 꺾어 아내에게 건네던 자상한 남편'으로 기억했다.

이 씨의 딸 이나은 씨는 "아빠, 우리에게 해준 모든 것들이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자주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해. 우리 잘 지내고 있을 테니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라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다른 이를 돕기 위해 힘쓰신 기증자와 유가족을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