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력기기 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미국 현지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과 노후 전력망 현대화 기조에 힘입어 글로벌 주요 전력 관련 기업의 수주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도 일제히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GE버노바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액은 1502억달러(약 217조원)다. 1년 전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이 회사 출범 후 최대 규모다. 전력기기, 가스터빈 등 발전 설비 수요가 쉼 없이 밀려든 결과다. 스콧 스트라직 GE버노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9일 다보스포럼에서 “AI에 따른 전력망 전기화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력망 건설 1위인 콴타서비스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사상 최대인 439억8000만달러의 수주잔액을 기록했다. 전력단지를 건설해주는 이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대규모 인프라 조성 프로젝트가 연달아 생겨나면서 역대 최대 수주잔액을 달성했다.
AI 열풍의 직접적 수혜주로 꼽히는 전력 관리 및 냉각 솔루션 회사 버티브홀딩스의 상황도 좋다. 버티브는 AI 데이터센터 전용 전력설비를 설치·관리해주는 전문회사다. 무정전 전원장치(UPS), 액침냉각 시스템 등 AI 관련 수주가 폭주하며 수주잔액이 150억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이 회사의 연간 매출보다 약 세 배 많은 수치다.
전력 전송 및 배전 인프라 전문기업인 이튼코퍼레이션도 작년 말 전기 부문 수주잔액이 196억달러로 1년 전보다 31% 뛰었다.
일감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쌓이자 이들 기업의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GE버노바 주가는 지난 20일 기준 올 들어 22.2% 상승한 830.34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일곱 차례 신고가를 경신했다. 콴타서비스 역시 신고가 경신을 이어가며 같은 기간 25.7% 올랐다.
업계는 올해가 이들 기업이 쌓은 수주잔액이 본격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전환되는 실적 반영의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전력 관련 기업은 설립 이후 최대 호황기를 지나고 있다”며 “향후 3~4년은 매년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