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쥬스'는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작품들과 결이 완전히 달라서 한 것도 있어요. '이것도 해내겠다'라는 도전정신이 있었죠. 관객 앞에서 욕하는 것도 처음이거든요. 대부분 작품 올라가기 전부터 어떤 반응이 올지 상상되는 게 있는데, '비틀쥬스'는 정말 가늠이 안 되는 작품이었어요."
초록색 머리에 눈 아래로 짙게 깔린 그림자. 기괴한 얼굴의 이 유령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눈물을 쏟는 인간들 앞에서 실실 웃으며 "죽는 거 별거 아냐"라고 말한다. 고딕풍의 독창적인 시각 스타일을 구현한 팀 버튼의 세계관 안에서 최고의 '괴짜'라고 불리는 비틀쥬스다.
비틀쥬스는 지옥에서 쫓겨난 악동 유령으로,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힌 그는 인간에게 보이지도,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투명한 존재다. 그런 비틀쥬스는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리디아, 사고로 동시에 목숨을 잃은 부부 바바라와 아담 유령을 이용해 소동극을 벌인다. 인간의 비명은 비틀쥬스에게 최고의 도파민이다.
비틀쥬스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겸 가수 김준수는 "도전"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대 위 비틀쥬스는 거침이 없다. 김준수는 "평소 쓰지 않는 단어들이 너무 많고, 섹슈얼한 대사에 욕까지 있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독백도 많아서 산 넘어 산이었다"면서 "원래도 연습할 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인데, '비틀쥬스'는 정도가 지나쳐버리니까 민망한 것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2010년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고 벌써 17년 차가 됐지만, 김준수에게 '비틀쥬스'는 오랜만에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는 "2배 이상의 압박감이 있었다. 아직 완벽하게 숙지 되지 않았는데 공연 전날인 꿈을 꾸기도 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일어났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기본적으로 '비틀쥬스'는 유쾌하다. 코미디 대사가 쉴 새 없이 빵빵 터진다. 김준수는 자신을 "누구보다 웃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 커서 애드리브도 되게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미디극으로 도전이라는 걸 한다면 '비틀쥬스'만한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준수 비틀쥬스에는 특별하게 '귀여움'도 있다. 이와 관련해 "다채롭게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진짜 악마 같을 때도 있다. 웃길 때는 표정을 신경 쓰지 않고 누구보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시키고 싶은 마음에 한 게 귀엽다는 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틀쥬스가 원래 귀엽진 않다. 나이가 100억살"이라면서 "원작은 머리가 벗겨진 노인 같은 이미지였지만, 유령에는 캐스퍼도 있지 않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익살스럽게, 괴기스럽게 표정을 지어도 정성화 형을 이길 자신이 없다. 내 캐릭터만의 매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김준수는 뮤지컬 배우로서 도전을 거듭해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내겐 모든 작품이 내겐 도전이었다. 연령대를 많이 파괴했다. '드라큘라'도 그렇고 '엘리자벳' 토드도 시작할 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했다. 막상 하고 나면 '준수가 잘하는 걸 찾았다'고 말이 바뀌어있더라"면서 "'비틀쥬스'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나도 반신반의했다. 수백번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그는 "비틀쥬스가 죽음이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삶을 소중히 대하라는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다. 가족의 사랑, 유대 관계 등의 메시지가 명확하게 잘 들어가 있다"면서 "감동도 있는 작품이니 많이 보러 와주시고, 사랑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틀쥬스'는 오는 3월 22일까지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