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코스피 5000 이후

입력 2026-03-03 06:00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에 짓눌려 있던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 6000포인트를 돌파할 기세입니다. 코스피 지수 5000은 1980년 기준 시가총액 대비 현재 시가총액이 50배가 넘게 올랐다는 의미이며, 1983년 코스피가 출범한 이후 43년 만에 거둔 쾌거입니다.

물론 코스피 지수 5000포인트 돌파가 모든 사람의 지갑이 두둑해졌다거나 한국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의 체질 개선과 투자 신뢰도 상승, 자본시장의 위상 제고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겁니다. 코스피 지수 5000 돌파가 실물경기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분명 시차가 존재하겠지만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올라서서 강력한 성장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코스피 상승의 이유와 관련해 “수출기업의 실적개선, 글로벌 유동성 확대 지속,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는 “코스피 3000은 글로벌 유동성, 4000은 정책 기대, 4000에서 5000으로 가는 구간은 반도체 중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더 큰 역할을 했다”면서 “다만 최근 상승 흐름은 초기 전환 국면에 가까우며, 지수는 정책 신호와 일부 업종 실적에 빠르게 반응하지만 구조적인 안착은 업종 확산과 내수 개선, 기업 자본배분 전략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코스피 지수 5000의 의미는 단순한 지수 상승보다는 기업과 시장의 체질이 변화하는 분기점으로 봐야 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배경이 된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 이사회 독립성 한계, 지속가능성 공시 미비 등이 상법 개정과 밸류업 공시 기업들의 노력으로 레벨업이 된 측면이 강합니다.

실제 밸류업 지수는 코스피 상승보다 더 가파른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5000포인트를 돌파한 가운데 밸류업 지수는 2330.71포인트(2026년 1월 30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밸류업 지수는 처음 산출 개시일(2024년 9월 30일)의 992.13포인트보다 134.9%나 상승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01.5%)을 33.4%p나 상회했습니다. 또한 밸류업ETF 13종목의 순자산총액도 1조7000억 원 규모로 최초 설정일(2024년 11월 4일) 대비 255.3% 급증했습니다. 이는 밸류업 기업들이 전체 코스피 시장을 우상향으로 견인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한경ESG>는 3월 호 커버스토리 ‘거침없는 코스피, 밸류업 이끈 주역은’에서 ‘2026 대한민국 밸류업 성과 평가’를 통해 최근 코스피 상승을 이끈 밸류업 주역들을 소개하고, 밸류업의 모범 사례와 함께 코스피 5000 이후 자본시장의 모습을 미리 조망했습니다.

증시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 예탁금이 최근 100조 원을 넘어서고,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87배(2월 20일 기준)로 올라서며 코스피 시장이 점점 구간 정점에 다가선 느낌이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일부에서는 증시 거품론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눈여겨볼 대목은 코스피 5000이라는 변곡점을 넘어서 한층 성숙해진 자본시장의 품격입니다.

기업들이 ESG경영과 지배구조 개혁, 주주환원 등에 가속도를 내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투자자들 역시 이에 화답하는 선순환의 자본시장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 느낌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