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살인女, 예쁘니 무죄"…범죄자에 '소름돋는 동정' 왜? [이슈+]

입력 2026-02-23 19:45
수정 2026-02-23 19:46

20대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강북 모텔 약물 사망 사건' 피의자 김모씨(22)를 미화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자에게 이끌림을 느끼는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계속되는 '범죄자 애호'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모텔 연쇄살인녀 인스타 너무 슬프네요'라는 제목의 글 등 김씨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글이 확산하고 있다.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개인 SNS 사진 등이 퍼진 후다.

작성자 A씨는 김씨의 SNS를 언급하며 "얼굴도 예쁘고, 잘 꾸미고, 관심사도 많고, 연애도 하고 싶어 하는 그냥 딱 그 나이대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라고 적었다.

이밖에 "이렇게 이쁜데, 재판부는 외모 감안해서 무죄를 판결하라", "솔직히 이쁘다. 나 같아도 음료수 바로 마신다", "몸매도 너무 좋다. 날씬하다" 등 유사한 반응이 나왔다. 이에 유가족 등 2차 피해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범죄자의 외모에 매력을 느끼는 사례는 과거부터 종종 있었다.

1990년대 후반 탈옥 907일 만에 검거된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도 독특한 패션 감각과 외모로 이른바 '신창원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1997년 강도살인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년째 복역 중이던 인물로, 교도소에서 탈옥 후 신출귀몰한 도피 생활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범죄자 최초로 팬카페가 개설되는가 하면, 체포 당시 그가 입었던 무지개색 셔츠는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2년에는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남편을 계곡에 빠져 숨지게 한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를 옹호하는 팬클럽이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은해의 외모에 호감을 느낀 이들을 주축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팬톡방'이 만들어진 것이다. ◇ 끔찍한 범죄 저지른 범죄자에 사례 多심리학에서 범죄 도착증 혹은 범죄자 애호로 번역되기도 하는 '하이브리스토필리아'는 범죄자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껴 그에게 동조하거나 추종하는 증상 또는 그런 사람을 지칭한다.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의 그리스어 'hybrizein'과 사랑을 뜻하는 'philia'의 합성어다. 공식 정신 질환명은 아니다. 특히 강도, 강간, 연쇄살인, 총기난사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사례가 많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는 범죄자를 구원하겠다는 환상, 유명세에 대한 욕구, 강한 파트너에 대한 선호, 위험한 관계에서 느껴지는 스릴 등이 복합적인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 프로그램에서 한 여성 변호사 출연진이 수감 중이던 의뢰인을 사랑하게 돼 혼인신고를 하게 됐다고 한 후 하이브리스토필리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이브리스토필리아는 '보니 앤 클라이드 증후군'(Bonnie and Clyde syndrome)이라고도 한다. 미국에서 악명 높았던 범죄 커플인 보니와 클라이드는 미 중부 일대를 휘저으며 은행과 주유소 등을 닥치는 대로 털고 강도와 살인 행각을 벌였다. 두 사람은 경찰을 포함해 12명을 살해하고도 미연방수사국(FBI) 수사망을 피해 갔다. 결국 1934년 루이지애나주 지방도로에 잠복한 경찰의 무차별 총탄에 숨졌다.

이들은 역설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1930년대에 대공황이 닥치면서 젊은이들이 벼락 끝으로 몰리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것처럼 비치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은 것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